“낙후지역 효과” 평가속
“학교의 학원화” 불만도
교육방송 수능강의가 1일로 한 돌을 맞았다. 이 강의는 ‘사교육 경감을 위한 해열제’로 출발했다가, 이후 ‘공교육을 망치는 독약’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을 빚어왔다. 이 강의로 사교육 경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확신하는 교육부는 이날 올해 교육방송 강의의 수능 실질반영율을 더 높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교사가 수업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강의 자료를 제작해 학교에 내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이 강의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 의지를 꺾고 학교를 문제풀이 학원으로 변질시키는 등 공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능출제기관과 교재 제작”
교육방송 수능강의가 1일로 한 돌을 맞았다.
수능강의는 ‘사교육 경감을 위한 해열제’로 출발했다가, 이후 ‘공교육을 망치는 독약’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을 빚어왔다. 이 강의로 사교육 경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확신하는 교육부는 이날 올해 교육방송 강의의 수능 실질반영율을 더 높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교사가 수업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강의 자료를 제작해 학교에 내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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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교육방송의 수능강의를 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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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실질반영율 높일 것”=박경재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국장은 31일 “올해부터는 교재 제작이나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어 올해 수능의 외형반영율은 지난해와 비슷할 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반영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의 수능출제 매뉴얼을 참고해 프로그램과 교재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강의를 고1·2 과정으로 넓혀 △고1·2 대상 프로그램을 수준별로 특화하고 △중간고사/학기말 고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초실력 강화를 위한 겨울방학 특강을 강화하는 등 내신 교과 과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8학년도 이후 입시체제에서는 수능의 비중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능강의 역시 단계적으로 내신 대비 중심으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내신중심 전환
이달 안으로는 수능강의의 상세정보를 담은 교사, 학부모, 학생용 매뉴얼도 배포할 작정이다. 박 국장은 “수능강의 활용을 위한 교사용 지침서를 제작하려 했으나 일부 반대도 있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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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파행 논란 가열=교육부의 이런 의욕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비판의 핵은 교사를 교육의 ‘객체’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ㄱ고의 3학년 담임 ㅊ아무개 교사는 “수능강의 시작 뒤로는 보충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거의 ‘감독’ 노릇만 하고 있다”며 “그래도 수능에 반영이 된다니 어쩌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 수준별 학습 불가능”
수능강의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도 제기된다. 전남 ㅎ고의 3학년 수학담당 ㅅ아무개 교사는 “교육방송은 중간 수준을 위주로 방송하기 때문에 실력이 많이 뒤처지거나 월등한 학생들은 교육방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ㅎ고의 한 3학년 교사도 “6개반 가운데 수능강의를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은 1개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울 ㅂ고 3학년 담당 고아무개 교사는 “언어, 외국어, 수리 교사들은 교육방송 교재나 시중 교재의 차이가 거의 없어 시중 교재들을 부교재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 강의가 시작됐을 때는 수업 참석률이 거의 100%였으나 올해는 학기 초 80%에서 점점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마음 놓여” 호평도
물론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전남 화순의 고3 학부모인 양아무개(50)씨는 “학교 근처에 사설 학원이 거의 없어 전적으로 학교 교육에 의지해 왔다”며 “수능강의 이후 실질적인 효과는 둘째치고,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 ㄷ여고의 이아무개(3년)양은 “집 근처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들보다 교육방송 강사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훨씬 더 잘 가르친다”며 “방과 후 학교에서 시청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는 “수능강의는 농촌 등 낙후 지역 학생의 학습 보조 도구라는 애초의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며 “수능 연계 등의 방식으로 학교 교육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교육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성만 전정윤 기자
sungman@hani.co.kr
사교육비 경감됐나
교육부 “강남 최고 31% 줄어”
일부선 “선택형 수능 도입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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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수능강의가 시작된 작년 4월1일 서울 양천구 목6동 한가람고등학교 컴퓨터실에서 1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녹화해놓은 방송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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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수능강의의 탄생 목표는 ‘사교육 경감’이었다. 따라서 수능강의 이후에도 사교육이 기승을 부린다면 수능강의는 실패로 귀결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일단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단정적인 답을 얻기는 어렵다.
지난해 5월(일반인)과 11월(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각각 19.8%와 28%의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교육부 주장이다. 특히 11월 조사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의 사교육비 부담이 월 54만원에서 37만원으로 3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학부모가 느끼는 체감은 다소 다르다. 서울 강남지역 고3 김아무개양은 “초반에 잠깐 호기심으로 공부해 보았지만 인터넷 학습 방식도 맞지 않고 강의 내용도 사설학원이 더 좋아 꾸준히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김양은 “수능 적중율이 높다고 해도 혼자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차라리 그 시간에 유명 학원 강사로부터 배워 성적을 올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서울 ㄱ고의 송아무개 교사도 “학원도 없는 시골에서는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1년 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줄어들었다는 사교육비 경감의 실체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 단과학원 강사인 ㄱ아무개씨는 “7차 교육과정 이후 선택형 수능 도입으로 학생들이 치러야 할 영역이 줄어든 게 사교육비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사교육 사이트들과 견준 교육방송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반신반의하게 한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전문사이트 랭키닷컴의 순위 통계를 보면 교육방송 사이트는 입시전문 사이트인 ‘메가스터디’ 온라인에게 지난 1월5일 30.72% 대 32.47%로 밀리면서 최근까지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교육방송은 지난해 6월에는 메가스터디를 49.06% 대 25.12%로 압도적으로 앞서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밀리기 시작했다. 강성만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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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4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컴퓨터실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녹화해 놓은 〈교육방송〉 인터넷 수능강의로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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