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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콩만한 빗방울 주렁주렁

등록 2005-04-03 22:35수정 2005-04-03 22:35

콩만한 빗방울 주렁주렁
산에서 안개가 무럭무럭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국어 시간에 <비오는 날>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책에 나오는 그림과 우리 학교 풍경을 서로 이어 가면서 그림을 비춰 보여 주고 읽어 줬다. 책을 다 읽은 다음 아이들과 운동장으로 나왔다. 그 사이 비는 그쳤다. 아이들과 천천히 학교 둘레를 돌아봤다. 앞산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꽃밭 동백나무에 동백꽃이 살짝살짝 피어 있다. 배롱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물방울, 이제 막 머리 내밀고 있는 상사화, 옥상 홈통으로 미끄럼 타고 내려와 사방으로 튀는 빗물, 냉이, 광대나물, 꽃다지…. 맨발로 운동장 흙이랑 고인 물을 밟고 종이배도 띄우며 놀고 싶었지만 날이 추워서 다음으로 미루고 교실에 들어왔다. 그날 아이들이 쓴 시 몇 편이다.

빗방울

나뭇가지에 있는

콩만한 빗방울

아주 귀엽다.


만져 보면

차갑다.

(정은영/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비 오는 날에

빗방울들이 나뭇가지에

떨어질랑 말랑 맺혀 있다.

만지면 떨어진다.

연못에 물고기가 나왔다.

원래 있었나 보다.

나는 없는 줄 알았다.

(이주윤/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비가 와서 꽃들은 잘 자라겠다.

홈통 물소리가 처박처박거린다.

그 소리가 참 좋다.

(하동균/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안개

산에서 갑자기 안개가 나왔다.

안개를 본 것은 처음이다.

정말 신기하다.

(정재호/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학교 뒤 연못이 깊어졌다.

홈통에도 물이 흘러내린다.

동백꽃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손해곤/밀양 상동초등학교 2학년)

‘콩만한 빗방울’, ‘떨어질랑말랑 맺혀 있다’, ‘홈통 물소리가 처박처박거린다’, ‘산에서 갑자기 안개가 나왔다’, ‘학교 뒤 연못이 깊어졌다’ 이렇듯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자기 식대로 사물을 보고 느낀다. 그래서 더 귀하고 신통한 아이들이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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