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글 제목 맞히려면 주제 파악 먼저

등록 2005-04-03 22:53수정 2005-04-03 22:53

 대형 할인점들은 싼 가격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대형 할인점들은 싼 가격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평소 비유법·관용구 익히면 도움 커

기출문제와풀이

[지문]

초기의 경제학 이론에서는 상품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 이론에서는 모든 인간들이 똑같은 욕구를 지니고 의사 결정을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실제의 인간들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성장 과정의 차이나 교육의 정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성 등에 따라 욕구의 우선 순위나 성취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인간들의 소비 욕구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차별화, 모방, 유행 등 문화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인간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을 나타낸다. 소비하는 품목과 방식은 성, 연령, 직업, 계층, 신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취향’은 가정 환경과 같은 개인의 성장 배경에서 길러진 것이지만 자신의 취향을 ‘타고난 성향’으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백안시(白眼視)함으로써 계층을 구분하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고 한다.

18세기 이전까지 영국에서 설탕은 이국적인 향신료이자 약품으로 귀족들만 향유하던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식민지에 플랜테이션이 만들어져 설탕이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설탕의 소비는 중산층과 노동자층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산층과 노동자층의 설탕 소비는 처음에는 귀족들을 모방한 것이었지만, 설탕이 대중화되면서 더 이상 특별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표시하는 수단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귀족들은 다른 소비재를 선택하여 다른 계층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처럼 소비 방식에서 나타나는 모방과 차별화 전략은 한 사회 내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또 다른 특징적인 현상으로는 유행을 들 수 있다. 유행의 특징은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빠르게 확산되고 소멸된다는 것이다. 유행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대비시키며,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별하고자 하는 ‘개성화’에서 비롯되지만,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대중 심리를 자극하여 충분히 확산되면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만큼 유행이 소비에서 중요한 시대는 없었다. 현대의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는 시장의 확대를 위하여 유행 메커니즘을 이용하고 있고, 광고나 백화점, 홈쇼핑 등에서 발전된 판매 기술은 유행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백화점은 새로운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소비의 순례 장소가 되었고, 광고는 대중에게 신상품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되었다. 유행이 소비를 주도하면서 현대의 소비는 점차 상품 자체보다는 그 상품이 표상하는 이미지와 기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문제]


위 글의 제목으로 적합한 것은?

① 소비에서 유행의 중요성
② 문화적 시각에서 본 소비
③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문화
④ 소비 욕구의 보편성과 다양성
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형태
<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예비평가>

유형노트

제목 추리하기

제목은 글 전체의 내용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결하고 포괄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에 따라 비유적·상징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제목은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제목을 묻는 문제는 주제를 묻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목을 찾기 위해서는 글의 제재와 주제를 알아야 한다. 글을 읽으며 제재를 찾은 다음 주제문에 밑줄을 긋는다. 그런 다음 답지를 보며 주제문과 가장 가까운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필자의 태도나 주장도 함께 고려하여 답을 찾도록 한다. 제목은 비유적인 표현이나 관용구를 이용하여 제시되기도 하므로 평소에 이를 학습해 두도록 한다.

이 유형과 관련된 발문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 위 글의 신문의 기사라고 할 때 표제로 적당한 것은?

● 위 글과 <보기>를 엮어 잡지에 실으려고 한다. 제목으로 적절한 것은?

[풀이]

정답: ②. 첫 문단에서 소비 욕구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차별화, 모방, 유행 등 문화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음을 지적하였다. 또, 둘째 문단과 넷째 문단을 통해 소비가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게 하고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게 하며, ‘개성화’에 바탕을 두고 끊임없이 ‘유행’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할 때 결국 이 글은 ‘문화적 시각에서 본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학자 박제가 ‘생산-소비 관계’ 혜안
원활한 재생산 위해선 적정 기준 필요

생각해봅시다

실학은 조선 후기에 대두된 학풍을 가리키는 말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던 학문이다. 그 중에서도 상공업 발달을 중시한 학파를 이용후생학파(利用厚生學派) 또는 북학파(北學派)라 하는데 이들의 이론은 근대사회의 발달과 통하는 개혁적인 것이었다.

박지원(1737∼1805)의 개혁 사상은 농업 경제에 입각하고 있으나 광업, 수공업, 임업 등을 비롯하여 교통, 운수, 상업, 대외무역까지 모든 것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열하일기>를 보면 “집 주위를 둘러본 즉 고르고 단정하여 어느 하나도 함부로 한 것이 없거니와 한 물건이라도 난잡한 것이 없다. 이렇게 한 연후에야 물건을 이용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물건을 이용한 연후에야 생활이 넉넉할 수 있는 것이요, 생활이 넉넉한 후에야 마음을 곧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체 기물을 제대로 쓰지 않고서도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드물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이용후생’이라는 박지원의 사상을 잘 보여 준다.

한편, 박지원은 상공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화폐제도와 교통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폐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상업이 원활해지고, 교통이 발달해야 재화의 이동이 자유로워져 자급자족의 경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이러한 주장들은 근대 경제 이론과도 통하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경제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경제를 뒷받침하고 운영할 만한 기반들이 있어야 경제가 튼튼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중상학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북학의>를 저술한 박제가(1750∼1805)이다. 그는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소비를 권장하는 이론을 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체로 재물은 우물과 같은 것이다. 퍼내면 가득 차고, 사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그러므로 비단옷을 입지 않아서 나라에 비단 짜는 사람이 없게 되면 여직공이 쇠퇴하고, 일상 기물에 정교한 것을 쓰지 않고 일그러진 그릇을 쓰면 장인(匠人)의 도야(陶冶)하는 일이 없게 되어 기예(技藝)가 망하며, (중략) 그 결과, 사(士), 농(農), 공(工), 상(商)의 사민(四民)이 모두 곤궁하여 서로 구제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근검절약보다 소비를 권장하여 생산을 자극시킬 것을 주장한 점은 자본주의 경제를 정확히 이해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소비를 단순히 ‘재물 따위를 써서 없애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재생산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고, 생산과 소비의 유기적 관계를 올바로 해명한 것은 박제가의 혜안을 보여 준다.

박제가의 주장처럼 소비는 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나친 소비는 경제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원활한 경제 생활을 위한 소비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