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주변에는 주사위를 생각나게 하는 조형물이 있어 눈길을 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정사각형 6개로 이루어진 정육면체에 구멍을 내고 한쪽 구석을 잘라 낸 모양이다. 바닥에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조각들은 잘라 낸 조각을 닮았다. 다시 눈을 들어 살펴보니 오각형 모양의 바깥 면은 빨강색, 주황색, 노랑색, 파랑색, 초록색이 칠해져 눈길을 사로잡고, 정사각형 모양의 안쪽 면은 거울처럼 되어 있어 다양한 사물들이 보인다.(그림 1)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안쪽을 들여다보면 자신은 물론 자신을 감싸고 있던 대상들이 다양한 각도로 모습을 드러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순간 놀랐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적 사색을 일부러 유도한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발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조형물은 어떻게 구성된 걸까?
관찰하고 추측하기
1. 이 조형물의 채색된 면을 수학적으로 구성해 보자. 먼저 정사각형 ABCD를 그리자. 각 변의 중점을 잡아 구획을 나눈 뒤 그 내부에 작은 정사각형을 그린다. 처음 정사각형은 가운데 작은 정사각형 한 개, 이 정사각형 주변에 오각형 네 개로 구성된다. 주변의 오각형에 적당한 색을 칠하고(그림 2) 그 중심부에 하얀 색의 원 모양을 그리자. 이제 정사각형에서 오각형을 하나 제거하면 조형물의 구조를 짐작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실험을 통해 발견과 창조의 즐거움을 누려 보라.
2. 정사각형 안에 가로선과 세로선을 여러 개 그려 보자. 가운데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가로선 사이의 폭, 세로선 사이의 너비를 줄여 보라. 정사각형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하나씩 건너 뛰어 검은 색을 칠해 보자. 색이 다 칠해진 격자무늬는 순간적으로 가운데가 볼록한 방석처럼 보인다.(그림 3) 가로선과 세로선의 간격, 색의 배치로 평면도형도 입체도형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셈이다. 눈이 일으키는 착시일까? 아니면 선의 마술일까?
이번엔 31개의 정육면체 그림을 정육각형 모양으로 배열해 보자. 이스라엘의 국기에서 볼 수 있는 다윗의 별(정삼각형 두 개 중 하나를 뒤집어 겹치면 얻어지는 별 모양) 여섯 개가 보인다.(그림 4) 이 별을 중심으로 정육면체를 잘 살펴보라. 정육면체 아홉 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수학에선 이런 도형을 ‘불가능한 도형’이라 부른다. 왜 불가능한 것일까? 잘 관찰해서 추측해 보라. 추측은 사고력 향상의 첫걸음이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heung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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