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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 운영위에서 얻은 교훈

등록 2005-04-03 23:32수정 2005-04-03 23:32

지난 월요일 저녁 7시에 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운영위원이 모두 열 둘인데 열 분이 참석하였다. 운영위원으로 뽑혀서 처음 나오신 분이 여럿이어서 각자 자기 소개와 인사부터 하였다. “저는 올해 첫 아이를 입학시키고 운영위원이 되었습니다. 모든 게 왕초보이니까 잘 배우면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한 운영위원의 말에 모두 반가워하며 손뼉을 쳤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뽑는 순서가 되었다. 긴 얘기가 필요없었다. 위원장은 지난해에 활동한 분이 좋겠고, 부위원장은 새로 들어온 분으로 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직장 일이 바쁘기 때문에 사양하는 분위기라서 투표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에 더 이상 몸을 사리지 않고 힘껏 해 보겠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운영위원회 규정을 살펴보았다. ‘위원의 임기 개시일’이 잘못되어 있어서 고쳤다. 또 ‘위원 연수시의 교통비, 회의 경비 등 운영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관할 교육청의 예산 관련 지침에 따른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실비로 여비를 지급해야 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담당자와 교감이 확인하여 그렇게 시행하도록 하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한 분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처음 참석한 학부모 위원이다. “위원은 무보수 봉사직으로 위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으니 그 정신에 따라야 하고, 우리 학교 운영위원이라면 이 정도는 봉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먼 곳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차비를 주어야 하겠지만, 학교에 회의하러 모일 때는 걸어서라도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누구도 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다. 올해의 운영 계획안을 놓고 어떤 일을 해 나갈 지 확인하는데, 회의를 열 번이나 열지 않아도 된다면 두 달에 한 번꼴로 줄여서 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는 말을 덧붙였다.

시간이 오래 걸린 안건은 6학년 수학여행을 중국으로 가 보면 어떨까 하는 문제였다. 6학년 담임들이 내놓은 의견은 돈 많이 들여서 중국으로 가기보다는 금강산으로 가면 좋겠다는 것이고, 학부모위원들도 ‘어릴 적에 해외로 나가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 여행은 부모들 따라서 각자 가면 된다’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도 있다’ 며 의견이 분분하였다. 교장인 나한테로 눈길이 쏠렸다. “6학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4, 5, 6학년 학부모님에게 설문지를 내어 먼저 의견을 들어서, 그 자료를 놓고 다시 의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올해 결정이 안 나면 내년에 다시 의논하면 된다. 그밖에, 학부모회가 하는 일을 학부모님들에게 알리는 문제, 인성교육 못지않게 학습 지도에도 힘써야 할 것에 대하여 의견이 오갔다. 학교 담장 옆 길 안전 보행로 공사 때 담장 설치까지 해 달라고 군청에 요청하기로 하였고, 도서관 활성화 사업 이야기도 하였다. 때로는 길게만 느껴지던 회의 시간이 짧게 느껴진 날이다.

학교 운영위원회는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자’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다.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 gildongm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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