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창작시대
동화와 영화, 만화, 뮤지컬, 애니매이션 등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소설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책이지만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가 펴낸 <보물섬>을 권하고 싶다. 기존의 책과는 전혀 다른 독서 체험을 주기 때문이다.
이 판본은 ‘책이란 글자가 인쇄된 종이 묶음’이라는 오해를 가볍게 날려 버린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화면’을 능가하는 ‘지면’을 자랑한다. 그만큼 이 책은 텍스트와 그림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그 결과 쪽마다 새로운 풍경화가 펼쳐진다.
우선 프랑수와 플라스의 빼어난 삽화들이 즐비하게 깔리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기에 텍스트와 잘 어우러지는 당시의 각종 풍속화와 동판화, 사진 등이 알차게 담겼다. 책이란 단지 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다.
또 좀 더 입체적이고 풍요롭게 읽어 갈 수 있도록 각종 배경 지식들을 깔끔하고 흥미롭게 제시한다. 주인공 짐 호킨스가 ‘이야기 속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확보하면 바로 ‘지면 위에서’ 당시의 실제 권총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필요하다 싶으면 지면을 네 쪽씩 할애해 당시 각종 선박의 종류와 실제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해설한다. 배를 투시도로 그려 놓고 선상 생활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덧붙였다. 단지 말로 듣고 글로 읽으며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고전을 흥미 있고 알차게 읽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한 성과가 여기저기 돋보인다.
<보물섬>은 영국 빅토리아 조 시대의 작품으로 19세기 모험 소설에 속한다. 100여 년 동안에 영국에서만 수 만여 편의 소설이 발표됐다는 당대 분위기 속에서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과 함께 굵직한 갈래를 형성했다.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팽창 움직임과도 연관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모험을 빼놓고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놓칠 수 없다.
주인공이 온갖 난관을 극복해 가며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하고 세계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모험 소설의 전형이다. <보물섬>을 읽으면 정의는 결국 승리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인간으로서 언제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삶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비록 그런 가르침이 현실에서 허구로 드러나는 순간에도, 확고한 교훈으로서의 가치는 영원하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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