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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특성화고 언니들에 길을 묻다

등록 2007-09-16 17:35수정 2007-09-16 17:40

이지영/ 문혜경/강민영 학생
이지영/ 문혜경/강민영 학생
고교진학 갈림길서 서성이는 중3
서울 상계중학교 3학년 김다은(15)양은 마케팅 분야 특성화고인 동구여자상업고에 진학하고 싶다. 마케팅도 관심이 있는데다 중위권 정도의 성적으로 인문계고에 가는 것보다 전문계고(옛 실업계고)에 가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여러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문계고에 가면 ‘나쁜 물에 휩쓸린다’며 한사코 반대한다.
고교 진학을 놓고 이런 갈등은 많다. 변화를 꾀하는 특성화고 등 전문계고와 옛 실업계고에 대한 편견 사이의 거리가 아직은 여전히 넓은 탓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교육>에서 이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성화고 등 전문계고 진학을 고려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그 학교에 이미 진학한 선배들이 모여 현실과 미래를 얘기하도록 해봤다. 이 자리에는 서울여자상업고 3학년 이길수(18)양, 해성국제컨벤션고 이지영(18)양과 이지연(18)양, 선린인터넷고 문혜경(17)양이 직접 김 양과 강민영(15)양, 천효진(15)양이 참석했다.

◆“특성화고 간다니까 엄마는 이름만 바뀐거라고 해요. 일반 전문계고와 뭐가 다른 거예요?”

이길수: 우린 특정 분야에 대한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것을 배워. 나는 최연소로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어. 친구들 중에는 고등학생으로는 최초로 국제무역사라는 자격증을 딴 친구들도 있지. 한국무역협회에서 처음에는 강의도 안 해주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합격한 거 보고선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대.

이지영: 우리 학교는 올해 특성화고로 지정됐는데,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 국제회의장을 모델로 한 컨벤션 홀이 생겼어. 예전에 실습실이었던 곳은 ‘연습기업종합실습실’로 바뀌었어. 대기업의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야. 학교가 발전하니까 나도 발전하는 것 같아 뿌듯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는 되나요? 특성화고 간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대학 안 갈거냐고 물어요.”

문혜경: 우리는 굉장히 바쁘게 살아. 공부도 해야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각종 경진대회와 자격증 준비까지 해야 하거든. 모두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니까 학교 분위기가 좋아. 오히려 우리가 대학가기 쉬워. 특성화고도 전문계고의 일부라 전문계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데, 일반계고보다 합격선이 좀 낮거든. 우리 학교는 꿈을 갖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이들이 많아. 유학반도 있어. 외고나 자사고 애들은 SAT공부해서 가지만 우리는 국제자격증 따서 가.

이길수: 일반계고는 무조건 대학 가라고 하지만 우리는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어. 취업반에 들었다가 나중에 진학반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 이번에 수시정원이 정시정원 넘어선 거 알지? 수시는 적성과 소질을 많이 보잖아.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딴 자격증과 대회 입상 경력을 대학도 인정해 주는 시대가 된 거지.

이지연: 나는 특성화고 진학 후에 오히려 성적이 올랐어.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을 몰라도 되는 새로운 과목을 배워서 그런 것 같아. 중학교 졸업 때 내신이 31% 정도 됐는데 지금은 5%정도 돼. 일반계고에서 배우는 과목보다 나는 전문계고 과목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길수/이지연/천효진/김다은 학생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길수/이지연/천효진/김다은 학생
◆“우리 오빠는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일반계고에 갔어요. 재수해서 원치 않는 학교에 갔죠. 선배들은 어떻게 편견에 맞섰나요?”

이길수: 난 중학교 졸업 때 내신성적으로 0.4%안에 들었어. 서울여자상업고 간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지. 다들 내가 후회할거라고 장담했어. 하지만 과거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 말에 좌우되면 발전할 기회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나는 3년 후 내 모습에 자신이 있었어. 서울여자상업고의 비전과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믿었거든. 함께 진학하려다가 부모님 반대로 포기한 애들이 있는데 지금 걔들이 날 너무 부러워 해. 이제 친구 부모님이 오히려 ‘너 그때 왜 거기 안 갔냐’고 하신대. 남의 말은 늘 바뀔 수 있어.

이지연: 처음에는 나도 ‘노는 애들’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어. 그런데 학교 홍보하러 온 언니들 보고 생각을 바꿨지.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까 정말 좋더라.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의 장점을 찾아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을 것 같아.

문혜경: 우리 부모님도 반대하셨지. 부모 세대가 기억하는 전문계고의 이미지는 안 좋은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전문계고 특히, 특성화고는 예전과 너무나 달라. 내가 남보다 일찍 발견한 꿈을 대학 진학으로, 또는 취업으로 이뤄줄 수 있는 데가 특성화고야. 같은 학과라도 고교 때부터 준비한 사람이 대학 때 시작하는 사람보다 발전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특성화고 진학을 밀어 붙였고 후회는 없어.

정리=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특성화고 언니들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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