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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눈길끄는 일 말고 배경에 주목하라

등록 2007-11-04 16:59

안광복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안광복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안광복 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난이도 수준-고2~고3

로마 시대, 신께 기도를 열심히 한 선원들이 폭풍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 후로 뱃사람들은 그네들의 초상화를 내걸고 자랑하곤 했다. 깊은 신앙심 덕에 살아났다고 말이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기도 열심히 하고도 물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의 초상화들은 어디 있습니까?” 기적을 떠벌리던 자들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키케로가 전해주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교통체증으로 난리를 치른다. 꽉 막힌 차안에서 이를 갈며 결심한다. “이놈의 피서, 또 오나 봐라!” 웬걸,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휴가 행렬은 이어진다. 다짐하고 다짐해도 소용없다. 내년에도 똑같은 대가를 치르고 있을 테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그래서 솔깃한 정보에 관심을 쏟고, 그 밖의 정보는 소홀하게 버려버린다.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여름 해변을 떠올려 보라. 빛나는 태양과 바닷가의 아름다운 사람들, 시원한 바람. 이런 강렬한 추억은 차 막힘 따위를 ‘사소한’ 것으로 가볍게 돌려버린다. 배고픈 채로 장을 보면 음식을 훨씬 많이 사게 된다. 배부를 때 장을 보면? 한나절만 지나도 식료품을 왜 이리 적게 샀는지 투덜거릴지 모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판단은 지금의 기분에 따라 휘둘린다. 자신의 바람대로 세상을 보느라 일의 전체를 보지 못한다. 세상에는 이런 허점을 노린 전략과 속임수가 판친다. 뛰어난 장군들은 일부러 도망을 치곤 한다. 적들이 추격에 정신이 팔려 포위망 한가운데로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인들은 ‘한정판매’, ‘오늘 하루만!’을 계속 외쳐댄다. 손님들을 다급하게 하여 ‘사야 한다.’는 마음 한 가지에만 매달리게 하기 위해서다.

정보를 보는 눈이 좁아질수록 잘못을 범하기 쉽다. 넓게 문제를 바라보며 올곧은 판단을 내릴 방법은 없을까? 마음이 조급해지며 판단이 흐려질 때, 다음의 ‘논리 응급처치법’을 써보자.


안광복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눈길끄는 일 말고 배경에 주목하라
안광복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눈길끄는 일 말고 배경에 주목하라
첫째, 배경에 주목하자. 화가는 배경색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배경이 살아야 주제도 돋보이는 까닭이다. 앞서의 나그네는 ‘기적’만 바라보지 않았다. 왜 사건이 기적처럼 여겨지는지 하는 배경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되물어 보자. 왜 어떤 이야기가 솔깃하게 다가오는가? 혹시 나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은 아닌가? 이것만 ‘예외’가 아닐까? 흐려지는 판단을 다잡는 해법은, 두드러지는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에 주의를 모으는 데 있다.


둘째, 현재는 현재와 비교하라. 우리는 흔히 현재를 과거나 미래에 견주어서 잘못에 빠지곤 한다. 앞서의 ‘한정판매’와 ‘오늘 하루만!’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 대니얼 딜버트는 재미있는 사례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지금 있는 장애를 치료할 때보다 앞으로 닥칠 장애를 대비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쓴단다. 닥치지 않은 일은 많은 기대와 걱정을 안기지만, 현실이 된 일에는 담담해지는 탓이다. 설사 ‘한정판매’하는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한다 해도, 미래의 나는 지금의 절절함을 언제까지고 느끼지 않는다.

호젓한 산길에서 자판기를 만났다고 해보자. 물 한 병의 값은 무려 1000원! 500원 하는 동네 가격의 두 배다. 아깝다는 생각에 물을 사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여기서 비교해야 할 대상은 동네 물값이 아니라, 지금 1000원으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다. 타는 목마름을 잠재울 다른 대안이 있는가? 그러면 자판기를 지나쳐도 좋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 기억에 비추어 현재를 판단하는 일은 잘못을 낳을 수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 앞에 놓인 ‘옵션’이다. 선택에서는 이것에만 주목해야 한다.

미래를 가늠할 때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미래의 눈으로 바라보라. 미래를 현재의 기분에 비추어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꼭 비보이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심정이 정말 평생 갈까? 40대의 나도 비보이처럼 춤추기를 원하고 있을까? 그 후로 나에게는 무척이나 많은 일이 일어날 터다. 지금의 절실한 심정이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리 없다. 이는 마치 배고플 때 장보러 가면 음식을 잔뜩 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잘못이다.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네 마음에 따라 끊임없이 뒤틀린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눈길 끄는 일 말고 배경에 주목하라. 그리고 기대와 후회의 끊임없는 다그침에서 벗어나 현재만 바라보라. 그러면 그대는 어느덧 냉철한 판단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다음의 주장에 담긴 잘못을 지적해 내고 설명해 보라.
1. “저는 등에 장동건 얼굴을 문신해서 넣고 싶어요. 그 오빠는 나의 우상이니까요.”
2. “과거 석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의 석유 값은 터무니없다. ‘부도덕’한 현실을 이렇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체조방법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주목하게 합니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합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라는 한탄은 결코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꼭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라는 소망 역시 당위는 아닙니다. 모든 문제는 전체를 바라보며 현재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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