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명문대는 떼놓은 당상? 꼴찌해도 상관없다?

등록 2007-11-11 17:15수정 2007-11-12 17:12

서울지역 특수목적고등학교 입시설명회가 지난 6월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정신여고 대강당에서 열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학교의 특성 및 입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서울지역 특수목적고등학교 입시설명회가 지난 6월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정신여고 대강당에서 열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학교의 특성 및 입시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커버스토리/

‘외고 신화’ 그 현실은…

“처음에는 엄마도 저도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외고가 좋다고 하고 친구들도 모두 외고 준비하니까 저도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평소 다니던 학원에 특목고 대비반이 생기는 바람에 어물쩍 외국어고 진학 준비를 시작하게 된 박아무개(16)양은 결국 외고에 입학한 뒤 전학을 선택했다. 착실한 준비없이 외고 열풍에 휩쓸린 탓이 크지만 우선 외고의 현실이 기대와 너무 많이 달랐다고 한다. 외고 신입생들을 가장 많이 실망시키는 ‘현실’은 어떤 걸까.

◆외고에 오면 명문대가 보장된다?=대개는 외고 입학이 명문대 진학의 ‘보험’쯤 되는 것으로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기권의 외고에 다니는 ㅂ(16)양은 “외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외고 가면 못해도 연고대는 간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이 땅의 고교생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1년 남짓한 외고 생활에서 느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많은 외고 졸업생들이 ‘재수’를 선택한다. 경기권의 한 외고 교사는 “수능 원서 접수를 위해 학교에 오는 졸업생들이 100여명 정도 된다”고 했다. 한해 졸업생이 400여명 정도인 것에 견줘 20%에 가까운 비율이다. 서울 대원외고의 ‘2007학년도 대학 진학 현황’을 보면 서울대, 연고대, 해외대학 등을 포함해 모두 534명이 진학에 성공했다. 2007학년도에 대학에 가는 2004학년도 신입생 정원 420명보다 114명이 많다. 적어도 114명은 ‘재수’를 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경기권의 외고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의 재수학원을 다니는 ㅂ(19)군은 “50명 정원인 반에 10여명 정도는 외고 출신”이라며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경남권 외고의 ㅅ(16)양은 “학교와 선생님이 좋고 지원해 주는 것도 많으니까 명문대 가는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원래 잘하는 애들이 모여서 더 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니까 자기 노력으로 잘하게 되는 거다”고 했다. 그는 입학하기 전에 했던 노력의 백배, 천배의 노력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외고생들이 꼽은 잘못된 ‘외고 신화’
외고생들이 꼽은 잘못된 ‘외고 신화’


“졸업생 20% 재수 선택”

내신 처져 심리적 부담도

◆외고 들어와서 꼴찌해도 상관없다?=“영어회화 과목은 7등급까지 나온 적이 있어요. 대학이 외고생들 내신은 후하게 봐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을거고 조바심이 많이 나죠. 아무래도 외고 7등급보다는 일반고 1등급이 낫잖아요.” 서울의 한 외고에 다니는 학생의 말이다. 외고생들에게도 내신 성적은 중요하다. 외고생의 주무기인 ‘외국어 실력’으로 대학을 가려 해도 문제다. 외국어 특기자들은 대개 수시 전형으로 뽑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은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경우도 있다.

경기권 외고의 ㄱ(17)양은 “선배들이 원서 쓰는 거 보면 그래도 내신 3등급은 되어야 선생님들이 수시 추천도 해준다”며 “외고에서는 등급간 성적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내신 때문에 진학하는 대학의 등급이 달라지게 된다”며 씁쓸해 했다.

대학 진학의 문제를 제친다고 해도 중하위권의 성적은 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내신 상위권의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자괴감은 과거에 가졌던 자신감을 허물어 버린다. 외고생을 둔 학부모는 “한 만큼 성적이 안나오니까 점점 공부에 의욕을 잃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분당의 열린신경정신과 배경도 원장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은 자기 성적이 기준에 못 미치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며 “중학교 때부터 몇등 밀려나는 걸 못 견디고 실수나 실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은 경쟁이 치열한 외고 진학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기 의지와 목적의식이 가장 중요해요. 선생님이나 부모님 때문에 하는 거라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줏대없이 남의 말을 따른 것을 후회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외고를 자퇴한 ㅂ(17)군의 말이다. 너도나도 외고 열풍에 ‘기꺼이’ 휩쓸리는 이 때 ‘확고한 의지와 목적의식’을 강조하는 외고 재학생들의 목소리도 한번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선발집단 동질감”
“면학분위기 최고”

재학생들이 꼽은 ‘외고’의 좋은 점은…

외국어고에 입학한 뒤 기대와 다른 현실에 맞닥뜨리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외고가 주는 만족감은 넓게 존재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꼽은 외고의 좋은 점을 살펴 보면, 결국 이들이 일반 고교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일반 고교가 어떻게 변화하기를 원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동기나 선배들 사이에 생기는 ‘결속력’은 ‘자부심’의 토대가 된다. 서울의 이화외고는 입학해서 3년 내내 같은 반에 같은 번호다. 학년만 달라진다. 그래서 2학년 1반의 1번은 1학년 1반의 1번을 ‘번후배’로 챙기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입학하면 밥도 사주고 학교 소개도 시켜주며 시험지를 물려주기도 한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이화외고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데 다른 곳에 비해 유달리 끈끈한 선후배나 동기들 사이의 유대관계 때문이다”고 했다.

외고생 ㅅ(16)양은 “모르는 게 있을 때 선생님한테 물어보는 것보다 짝한테 물어보는 게 빠를 정도로 뛰어난 애들이 많다”며 “선발집단이라는 동질감으로 내부에서는 굉장히 잘 뭉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신문 한페이지를 보고 세 시간 동안 토론하는 게 아무데서나 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며 ‘면학 분위기’를 뿌듯해 했다.

지자체 예산 지원 몰려
신입생 연수 등 ‘혜택’도

치열한 경쟁에 적응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경쟁’의 순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외고생 ㅂ(16)양은 “일반고에 갔다면 내 수준에 늘 만족하다 어쩌면 나의 한계에 안주했을지도 모른다”며 “‘사회’는 이보다 경쟁이 더 심할텐데 미리 경험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사회 진출 전에 ‘예방접종’ 맞는 셈치고 갖은 스트레스를 이겨낸다는 말이다. 경기 ㄷ외고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성적 때문에 비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했다.

교사들의 노력이 비교되기도 한다. 외고생을 둔 한 학부모는 “외고에 간 아이가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존대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외고생 ㄱ(17)양은은 “중학교 때는 모르는 게 있어도 질문하면 선생님들이 귀찮아서 피하고 대답을 안 해주는 게 다반사였는데 외고 선생님들은 다음 시간에 조사를 해서라도 가르쳐 준다”거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고를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들이다. 전국에 있는 12개 공립외고에는 지자체의 예산이 몰린다. 2005년에 공립으로 개교한 김해외고는 신입생 전원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연수 보냈다. ‘1인 1악기 연주’를 목표로 음악시간에는 가야금을 배운다.

물론 교육 예산이 외고에 집중되면서 일반고의 교육 여건 개선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 문제다. 최근에는 경기도 교육청이 지역 외고에 재정을 편중 지원해 일반고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방은 사립외고들도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한다. 2005년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공사립 특목고(외고·국제고) 재정 지원 현황’을 보면 31개 학교에 지원된 전체 예산 390억7400만원 가운데 전국 18개 사립외고에 지원된 몫이 80억1400만원(20%)이다. 정부의 지원을 단 한푼도 받지 않은 사립외고는 경기권의 3개 외고 뿐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