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치러진 일반전형 입학시험 문제가 유출된 경기 김포외고의 학생들이 12일 점심시간에 복도로 몰려나오고 있다. 김포/연합뉴스
경기교육청, 외고 시험 유출 확인 사흘째 “검토중”
일반고 전형 ‘눈앞’ 학부모 혼란…소송 잇따를듯
일반고 전형 ‘눈앞’ 학부모 혼란…소송 잇따를듯
경기 김포외고의 입시 문제 유출 사건 파문으로 경기도교육청이 12일 김포외고 일부 합격생 불합격, 재시험 등을 검토하면서 서울·경기 등의 일반계 고교 입학 전형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포외고 학부모·학생들은 “합격생도, 불합격생도 교사와 학원의 부정한 결탁의 피해자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포외고 등이 부분 또는 전면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면, 경기 지역 중학생 11만여명의 일반계고 입학 전형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1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원서 접수 일정부터 조정해야 한다. 재출제·채점 등을 고려하면 20일까지 재시험을 치르기는 쉽지 않고, 재시험 탈락자들이 일반계고에 진학할 길은 열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원서 접수를 하고, 탈락자에게 ‘후기 일반계고 고입 선발고사’ 응시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고입 선발고사는 경기와 강원·충남·전북 등 전국 8개 시·도에서 12월11일 동시에 치러져, 경기 지역만 따로 시험 일정을 잡기 어렵다.
재시험을 치르기로 해도, 김포외고 합격생 또는 불합격생의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김아무개(45·보험사 직원)씨 등 합격생 부모 20여명은 “선의의 합격생까지 불합격 처리하면 재시험 중지 가처분 소송과 함께 경기도교육감과 학교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겠다”며 반발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띄운 아이디 ‘정정당당한 합격생’은 “유출된 문제와 전혀 관계 없이 합격한 학생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불합격생 학부모들도 ‘시험의 불공정’을 근거로 재시험을 요구하며 소송을 불사할 태세다. 아이디 ‘올리브’라는 학부모는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합격생들은 잘못이 없다. 학원과 선생들의 문제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이기 위해선 모두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학부모는 ‘재시험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기 지역 외고가 재시험을 치른다면, 서울 지역에도 파장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일반계고의 원서 접수 기간은 오는 22~25일이다. 통상 경기 지역 외고 지원자의 10~15%는 서울 학생들이다. 서울 학생이 30%를 넘는 외고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공고한 고교 입시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태도다. 김포외고에 지원한 서울 지역 중학생은 재시험을 치르든지, 아니면 재시험은 포기하고 서울 일반계고에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재시험을 치렀다가 탈락하면 서울 일반계고에 진학할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장은 “서울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늦출 이유가 없다”며 “재시험을 친다고 하면 경기도가 일정을 알아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이날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고 입시 파동과 대혼란을 가져온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책임을 지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수원/홍용덕, 박창섭 최원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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