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문제 학부모에도 유출

“특목고 확대 철회를”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 공무원노조 경기교육청지부 소속 회원들이 13일 낮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특목고 확대정책 철회와 특목고의 일반계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수원/김명진 기자 [e-mail]

잠적 교사, 이메일 통해…교복대리점 사장 체포
구속 학원장, 삭제 프로그램으로 증거인멸 정황

김포외고 입시 문제를 사전에 학원장에게 알려준 뒤 잠적한 이 학교 입학홍보부장 이아무개(51·수배중) 교사가 학부모에게도 입시 문제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목고 입시 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3일 이 교사로부터 입시 문제를 넘겨받은 학부모 박아무개(42)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밤 12시께 이 교사로부터 전자우편을 통해 에이(A)4용지 3~4장 분량의 출제 예정 문제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딸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김포외고 일반 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

경찰은 교복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씨가 학생주임으로 일했던 이 교사를 통해 김포외고 학생들에게 교복 수백벌을 판매하며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이 교사로부터 몇 문제를 넘겨받았는지 △문제 유출을 대가로 이 교사에게 금품을 건넸는지 △넘겨받은 시험 문제를 다른 학부모 등에게도 유출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이 교사로부터 문제를 넘겨받아 학원생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장 곽아무개(41)씨가 적극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곽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이 교사에게 제3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죽을 때까지 비밀을 지키자”고 말했으며, 전자우편을 통해 건네받은 시험 문제를 컴퓨터에서 삭제하면서 복구를 막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곽씨가 시험이 치러지기 한달 전인 9월 말 학교 설명회를 위해 학원을 찾은 이 교사에게 “김포외고 입시 문제를 알려주면 나중에 후한 답례를 하겠으니, 시험 문제를 사전에 알려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허영범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학원에서 압수한 컴퓨터 가운데 수학 강사의 컴퓨터는 복구가 완료됐고, 원장과 부원장 등이 사용해온 4대를 복구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