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내신 만회’ 가톨릭대 국제학부 합격 장현혜양
논술 수업만 듣는다고 늘지 않아
‘논술에도 자기주도적 학습이 필요하다.’
계성여고 장현혜(18)양은 얼마전 수시 2학기 전형에서 가톨릭대 국제학부에 합격했다. 내신 등급을 감안한다면 ‘뜻밖의’ 결과였다. 내신 등급의 열세를 만회하고 합격에 기여한 일등공신은 ‘논술’이었다. 유니세프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에게 국제학부 진학이라는 꿈을 이뤄준 논술, 그의 성공담에는 ‘자기주도적 논술 학습’이 해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논술 실력의 토대는 지난 4월부터 열린 학교 논술 수업에서 쌓았다. 매주 수요일 수업이 끝난 뒤 두 시간 남짓 열렸다. 그는 “수업때 열심히 질문하고 틈틈이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물어봤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수업 시간에 배운 배경지식보다는 문제를 푸는 과정이나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던 게 실전에 적용하기 좋았다”고 했다. 이 학교 논술 담당 강준석 교사는 “학원 논술 수업은 대개 일주일에 한번 몇시간 가서 일방적으로 배경지식을 주입받는 게 대부분이다”며 “학교 논술은 학생을 꾸준히 지켜보는 교사가 학생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논술 수업과 함께 글쓰기에 매달렸다. 처음에 글 하나 쓰는 데 2주일이 걸렸다. 하루종일 논술 하나만 잡고 끙끙댔던 날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한테 주저없이 도움을 청했다. 4월부터 수시 2학기 논술고사를 치르는 10월까지 꼬박꼬박 과제를 제출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인 꿀맛닷컴의 논술 카페를 통해 강 교사에게 받은 첨삭만 수십건이다. 논술고사 당일 새벽에도 글을 올리고 강 교사의 첨삭을 받아 출력해 마지막까지 참고했다.
글쓰기 실력은 논술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늘지 않는다. 혼자 글쓰고 고민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논술이 기본적으로 ‘자기주도적’ 성격을 가진 이유다. 학교에 좋은 논술 수업이 있어도 글쓰기 연습은 스스로 해야 한다. 강 교사는 “학교 수업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매번 주어지는 과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라며 “과제를 해오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긴다”고 했다. 몇몇은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역시 스스로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한양은 이런 과정으로 공부를 하면서 ‘나만의 논술 교재’를 만들었다고 한다. 교사가 나눠주는 읽기 자료와 그와 관련된 각 대학 기출문제, 교사가 첨삭한 글, 첨삭내용을 참고해 새로 쓴 글 등 논술이 ‘완벽해지는’ 과정을 한 데 모을 수 있었다. 실제 논술 고사장에서도 다른 교재가 아닌 직접 만든 교재를 봤다. ‘자기주도적’으로 문제 해결 과정을 구성하고 활용했던 것이다.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은행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해요. 글을 쓰려면 생각이 많아야 하니까요. 처음엔 일부러 생각하려고 애쓰는 게 힘들었는데 점점 좋아져요. 생각하는 것도 연습인 것 같아요.” 한양의 얘기다. 그는 내신과 수능 등급이 말해주지 않는 실력을, 논술을 통해 인정받았다. 학교 논술 수업에 대한 신뢰와 자기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정시 논술을 대비하는 학생들이 ‘논술 달력’을 만들 때 고려해 볼 일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