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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희생양 색출’ 일관…‘망신’ 자초한 교육청

등록 2007-11-19 20:55

학원쪽 말만 믿다가 뒤늦게 외고 합격취소 9명 추가
“종로엠 출신 자진신고하라” 조사 대신 으름장만
“합격증 받고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울어요.”

“친구들한테 ‘너, 엠학원 출신이잖아’라고 놀림을 받고, 동네에서는 ‘쟤는 저런(부정입학한) 아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요.”

내년도 김포외고 신입생 일반전형 시험에 합격했다가 합격이 취소된 학부모들은 “중 3학년밖에 안 된 어린 애들이 불안감과 초조감, 심지어 ‘왕따’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과열 입시경쟁이라는 왜곡된 구조에 발목잡힌 외국어고와 ‘사교육 장사’를 하는 특목고 학원과의 유착이라는 김포외고 사건의 본질은 사라진채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가로 9명의 불합격자를 발표한 19일에도 관련 기사가 실린 인터넷은 “학원과 학교 관계자를 엄하게 처벌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 3밖에 안된 아이의 마음에 못질하는 교육 행정은 반대”라는 네티즌들의 글이 많았다.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한 경기도교육청의 대책이 비난을 받고 있다. 도 교육청은 19일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학생은 자진해서 (신고하고 20일까지) 일반계 고교 응시원서를 접수시켜라’며 어린 학생들을 을러대기까지 했다. 사건 발생 1주일 넘도록 대책을 미루다 지난 16일 대책을 발표하더니, 불과 사흘 만에 추가 합격 취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때문에 도 교육청이 민원 발생을 조기에 최소화하려다 보니, 학원 쪽 자료와 변명에 이러저리 끌려다니고 결국 중학생들을 ‘희생양’으로 모는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도 교육청은, 이날 9명의 추가 합격 취소자를 발표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애초 목동 엠학원이 김포외고 일반전형 합격자 수를 47명이라고 (도교육청에) 통지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문제를 빼돌린 학원 쪽의 말만 믿었다가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인 고아무개씨는 “김포외고의 경우 시험의 생명이라 할 ‘공정성’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느냐”며 “재시험’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출제 당사자인 학교 쪽이 문제를 유출하는 등 시험의 관리·감독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 시험으로 인정할 수 없어 보인다”며 “학교 쪽의 합격자 발표는 시험이 정상 관리됐을 경우를 전제한 것이므로, 시험 문제 유출이 확인된 상황에선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연루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서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옥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학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불합격시키는 것은 불합리하고 애초 전면 재시험으로 갔어야 했다“며 “하지만 전면 재시험이라는 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선의의 피해 학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최현준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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