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회원들이 지난달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뒷문 앞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 퇴진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이 부총리의 부동산 매입 매각 과정에 위장 전입 등 불법 사실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
구조적 문제 풀어갈 땐 개인 차원 넘어 사회적 접근 [질문] 우리는 어떤 근거로 공직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 [예시 1] 저는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직위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급 정보와 법을 교묘히 악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기만 해도 그들은 훨씬 쉽게 고급 정보를 빼내어 부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공항 주변의 개발 지역을 어떻게 미리 알고 건설교통부 장관의 처제가 땅을 사서 시세 차익을 올렸는지 그건 삼척동자가 들어도 뻔한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나는 몰랐다고 하는 장관의 말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지요. 어떤 사람은 한 개인의 도덕적 부패가 집단 전체에 영향을 끼칠 만큼 크지 않다고 하며, 덕치주의의 전통적 유교 관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냥 법에 의해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며 여론 몰이 재판으로 개인을 단죄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공직자라면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중시해야 하며, 적어도 사적 이익을 위해 공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그들의 태도 역시 도덕성의 부재를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추가 질문] 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제도적인 결함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예시 2] 제도 없이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성 함양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먼저 인사 시스템 문제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은 매우 높아졌는데, 여전히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현재와 같이 청와대에서 주도하여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인사 시스템으로는 검증 과정이 미흡해,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검증에 따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검증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현재의 인사 청문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청문회가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만이 난무하며, 실질적인 정보들은 청문회가 아닌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정작 도덕성으로 낙마한 당사자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 운이 없어서 또는 정치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해서 당했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원칙이 세부적으로 정해지고 그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역시 도입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움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한다. 개인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이 그것이다. 개인적·규범적 접근에서는 개개인의 가치관 개혁을 중시한다. 사회적·제도적 접근에서는 사회의 법 제도의 개선을 중시한다. 각각 사회 명목론과 사회 실재론을 바탕으로 한 관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사회 구조라고 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상관 관계 속에서 형성·유지·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도덕성의 부재를 과연 법 제도 측면에서 강제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법이 많은 사회일수록 제한과 규제가 많아지고 그만큼 인간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면 이는 개인의 가치관에만 의존해서 해결하기 어렵다. 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가 만일 우리 사회에서 아주 간간이 발생하는, 그래서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라면 개인적 접근으로만 사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아주 유사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개인적 접근으로만 문제를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때문에 사회적·제도적 측면에서 법 제도의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나혜영/예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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