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이만기의 언어영역 해부
지식인의 사회적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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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천박스러움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다. 흔히 대학을 지성의 ①보루라고 말하기에 대학 문화의 천박함은 더욱 추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 대학들은 고시 열풍이나 천박한 상업주의에 휘말려 제 모습을 상실한 지 오래다. 대학 교정은 대부분 학술 행사보다는 영어와 컴퓨터 강좌를 알리는 현수막과 지연, 학연 중심의 모임을 알리는 광고로 가득하다. 지성의 저질화 현상은 무엇보다 상업주의에 ②편승한 교수들이나, 정치 지향의 대학 교수들에 의해서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대개 지성의 사회 참여라는 ㉠미명하에 정계의 ③풍향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사실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다. 과거의 지식인들은 세상을 관조하거나 자신만의 정신적 독립을 추구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현대의 지식인에게는 그런 여유가 원천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선택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지식인이 쓰는 글이나 말, 행위 등은 이미 사회적 참여의 다양한 형태이다. 따라서 참여의 방식이 반드시 목소리를 높이거나 거리로 나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문제가 터진 후에야 뒤늦게 도덕과 규범을 부르짖으며 목소리를 높이는 도덕주의자들로 가득하다. 공직자의 부패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책임 윤리를 부르짖고, 범죄가 만연하면 효와 같은 전통 윤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항상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즉각적인 해결책을 자신 있게 내놓는 소위 지식인들을 대할 때마다 필자는 솔직히 존경의 마음보다는 ④식상하거나, 심지어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시중의 불만을 그런 식으로 대리 배설시켜 줄 수는 있겠으나 지식인의 역할이 그런 당위론이나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에 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작 ⑤실효성이 있는 대안들은 결코 손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과 미래에 대한 안목, 우리 사회의 역사나 문화적 기질에 대한 이해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지식인의 처방은 사후 약방문에 그치거나, 아니면 정서적인 대리 만족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지식인의 권위가 학위나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해서는 곤란하다. 지식인의 권위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각고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만 힘겹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⑥순응주의와 거짓된 권위가 판치는 사회는 창조적일 수도 없으며, 그런 사회는 미래도 없는 것이다. 소신 있게 우리 사회의 ⑦치부를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다가오는 위기들을 사전에 예고하는 비판적인 지성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쉬운 시점이다.
지식인은 또한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달리 보도록 만든다는 것은 무슨 거창한 새로운 세계관을 ⑧주창하거나 선동적인 주장으로 일반인들을 ⑨현혹시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우리의 대중 사회는 아직 껍데기와 알맹이를 구분하고, 쓰레기 같은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 항상 사이비 지식인이 세인들의 주목을 끌고 장난질 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임홍빈, 지식인의 사명
되짚기마당 ◇ 용어 풀이 ① 보루(堡壘, a fort): 1.(적의 공격이나 접근을 막기 위하여) 돌·흙·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진지. 보채(堡砦). 2.‘어떤 일을 하기 위한 튼튼한 발판’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② 편승(便乘, a ride in a passing automobile): 1.남이 타고 가는 차 따위의 한 자리를 얻어 탐. 2.자기에게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여 잘 이용함. ③ 풍향(風向, the direction of the wind):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④ 식상(食傷, food poisoning(중독), surfeit(물림)): 1.음식에 체했거나 중독이 되었거나 하여 일어나는 병. 2.음식에 물리는 일, 또는 같은 사물이 되풀이되어 싫증이 나는 일. ⑤ 실효성(實效性, effectiveness): 실제의 효력(효과)을 거둠 또는 그런 성질. ⑥ 순응주의(順應主義, adaptation): 1.순순히 응하는 태도. 2.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려는 태도. 3.외계의 자극에 따라 생물체의 감각 작용이나 감도가 변화하는 일이나 태도. ⑦ 치부(恥部, the private parts):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 2. 음부(陰部). ⑧ 주창(主唱, promotion): 앞장서서 부르짖음. 주장이 되어 이끎. ⑨ 현혹(眩惑, dazzlement): 제정신을 못 차리고 홀림, 또는 홀리게 함.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되짚기마당 ◇ 용어 풀이 ① 보루(堡壘, a fort): 1.(적의 공격이나 접근을 막기 위하여) 돌·흙·콘크리트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진지. 보채(堡砦). 2.‘어떤 일을 하기 위한 튼튼한 발판’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② 편승(便乘, a ride in a passing automobile): 1.남이 타고 가는 차 따위의 한 자리를 얻어 탐. 2.자기에게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여 잘 이용함. ③ 풍향(風向, the direction of the wind):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④ 식상(食傷, food poisoning(중독), surfeit(물림)): 1.음식에 체했거나 중독이 되었거나 하여 일어나는 병. 2.음식에 물리는 일, 또는 같은 사물이 되풀이되어 싫증이 나는 일. ⑤ 실효성(實效性, effectiveness): 실제의 효력(효과)을 거둠 또는 그런 성질. ⑥ 순응주의(順應主義, adaptation): 1.순순히 응하는 태도. 2.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려는 태도. 3.외계의 자극에 따라 생물체의 감각 작용이나 감도가 변화하는 일이나 태도. ⑦ 치부(恥部, the private parts):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 2. 음부(陰部). ⑧ 주창(主唱, promotion): 앞장서서 부르짖음. 주장이 되어 이끎. ⑨ 현혹(眩惑, dazzlement): 제정신을 못 차리고 홀림, 또는 홀리게 함.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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