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시대 김소희 학고재
책읽기 길라잡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정복할 수 없는 세계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연의 힘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거짓 환상’을 버리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는 범죄자 노릇을 하고 있다.
<생명시대>는 지구 생태계에 관한 환경 보고서다. ‘타오르는 지구, 재앙의 땅’, ‘도시 폭발, 탈출하라!’, ‘전쟁의 역사, 환경 테러의 역사’, ‘21세기, 물전쟁이 벌어진다’, ‘그들과 인간의 멸종을 막아라’ 같은 꼭지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 물부족 현상, 생태계 파괴에 관해 고발하고 경고하는 책이다.
전세계를 돌며 제작한 20부작 환경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책답게 생생한 자료와 사진들이 돋보인다. 또 단지 지구 환경 파괴를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왜’ 우리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지, ‘어떻게’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하고 설득력 있게 가르쳐 준다.
환경이란 말은 이제 상투적인 단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얼마나 될까? 지구 생태계 파괴는 가속화되는데, 인류의 체감지수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는 환경 문제를 경시하거나 대안 마련에 소극적인 경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환경 문제를 무조건 선진국들의 태도와 자세에 맞춰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나가기는 곤란하다. 선진국은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면서도 전세계 자원의 8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체가 결과적으로 선진국 중심의 이기주의, 또는 환경 보호를 앞세운 후진국 개발 억누르기에 불과할 수 있다. 실제로 이제 막 절대 빈곤을 넘어서려 안간힘을 쓰는 국가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실효도 그다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이 제시한 대안들은 눈여겨 볼 만하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얻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좋은 생태계 보존의 법칙이다. 이를테면 독일의 필링 슈베닝겐 발도르프 학교의 환경 교육은, 지금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들에게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실시하고 있는 환경 교육의 성패야말로 지구 생태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현대인의 가치관과 의식을 바꾸는 데 있다. 한 꼭지씩 읽으면서 인간과 지구, 자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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