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속의 수학
홍대 전철역 근처 한 커피숍의 창살무늬는 수학적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 무늬 속의 정사각형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이웃한 정사각형의 한 변 길이가 2분의 1로 줄어들고 있었다(그림 1). 그런데 정사각형을 다시 관찰하니 한 변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지만, 그 개수는 두 배로 늘어나고 있었다. 호수 가에서 던진 돌이 만든 동심원들이 널리 퍼지면서 점점 희미해지듯 큰 정사각형 주변에 정사각형들이 점점 작아져서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같은 모양의 도형을 반복하더라도 크기와 배열을 다르게 하면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관찰하고 추측하기]
1. 이런 발상을 미술에 적용한 경우를 살펴 보자. 네덜란드의 예술가 에스헤르(1898~1972)는 정사각형을 네 개로 나누고 다시 삼각형 모양으로 나누어 도마뱀을 그렸다. 도마뱀의 크기와 개수에 주목하여 그림을 잘 살펴 보라. 정사각형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도마뱀의 크기는 작아지고, 그 개수는 늘어나고 있다(그림 2). 창살무늬와는 정반대의 발상인 셈이다. 도마뱀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그 개수가 두 배로 늘고 있다! 도마뱀들이 정사각형의 중심에서 나오는 듯도 하고 그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도 하다.
2. 이번엔 반원을 이용하여 좀 더 수학적으로 살펴 보자. 선분 AB를 그린 뒤 이 선분을 지름으로 갖는 반원을 그려 보자. 반원의 안 쪽에 지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든 반원을 두 개 그리자. 이번엔 이 두 개의 반원 안쪽에 다시 지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든 반원을 그리면 이 때 그려지는 반원은 모두 네 개가 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 선분 AB 위에 여러 개의 반원들을 그릴 수 있다(그림 3). 만약 이런 과정을 끝없이 되풀이한다면 반원들의 개수는 어떻게 될까? 반원들의 개수는 2의 거듭제곱수로 늘어난다. 단계마다 그려진 반원들의 개수를 숫자로 나타내면 1, 2, 4, 8…이다.
따라서 6번째 단계에서 그려진 반원들은 32(2의 5제곱)개가 된다. 계속해서 반원을 그릴 수 있다고 가정해 추측해 보자. 단순하게 눈으로 보아 판단하면 반원들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서, 맨 마지막에 그려지는 둥근 곡선(호)들의 총길이는 처음 그렸던 선분 AB의 길이와 같아질 것이라 생각된다(그림 4).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잘 관찰해 논리적으로 따져 보라. 과정이 되풀이될 때마다 반원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그 개수가 두 배로 늘어나고 있어서 매 단계마다 그려지는 호들의 총길이는 변화가 없다. 결국 매단계마다 그려지는 반원들의 호들의 총길이는 처음에 그린 반원의 호 길이와 같다! 실제로 반원의 둘레를 계산해 보라. 더 확실히 알게 된다. 관찰을 통해 추측하고 논리와 계산으로 확인하는 것은 사고 확장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heung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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