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서의 동양신화 속으로
이번에는 비극적인 영웅 예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먼 길을 떠나서 모험을 겪는 영웅 주목왕(周穆王)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신화나 문학에서 여행은 굉장히 중요한 테마이다. 사람은 누구든 길을 떠나는 여행을 경험한다. 그리고 많은 흥미로운 사건들이 이 여행 중에 일어난다. 비범한 인간인 영웅이 길에서 겪는 일은 예사롭지 않게 마련이고 따라서 영웅의 여행길은 결국 모험의 이야기 마당이다.
주목왕은 고대에 중국을 지배했던 주 나라의 임금이었다. 그는 아득한 서쪽 끝을 가 보고 싶어했다. 그곳에는 신들의 낙원인 곤륜산이 있다고 했고 아름다운 여신 서왕모가 사는 궁궐이 있다고도 했다. 이 모든 소문들은 그의 서쪽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고 마침내 그는 서쪽으로의 긴 여행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의 여행대는 황제의 행차답게 화려하게 꾸며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목왕이 타고 갈 수레. 수레는 팔준마(八駿馬)라는 여덟 필의 천리마가 끌었고 전설적인 말몰이꾼인 조부(造父)가 맨 앞 마부 석에 앉았다. 그뿐인가? 최고로 용맹한 무사들로 이루어진 황제의 친위대가 수레를 호위했음은 물론이다.
주목왕의 여행대는 주 나라 서울을 떠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갔다. 도중에 그들은 중국의 젖줄 황하를 건너야 했다. 그들은 황하의 신인 하백에게 제사를 드려 황하를 잘 건너게 해 달라고 기원했고 하백 신은 강림하여 그들의 여행길이 평온할 것을 보증했다. 도중에 그들은 변방의 여러 부족들을 만났다. 부족들은 모두 주목왕에게 복종하여 많은 공물을 바쳤고 주목왕 역시 그들에게 선물을 내려줬다. 미지의 땅 서쪽에는 신기한 사물도 많았다. 눈 속에서 피는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하면, 엄청나게 많은 이삭이 열리는 벼가 있었고, 빛나는 옥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산봉우리도 있었다. 주목왕은 이 모든 것들을 수집하였다.
마침내 주목왕의 여행대는 종착지인 곤륜산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주목왕은 최고의 큰 신 황제에게 제사를 드린 뒤 서왕모의 궁궐로 갔다. 아름다운 서왕모는 먼 동쪽 나라에서 온 귀한 손님인 주목왕을 환영하였다. 주목왕은 서왕모에게 꽃무늬가 아롱진 좋은 비단 매듭을 선사하였다. 둘은 곧 친해졌고 아름다운 호수 요지 가에서 매일 잔치를 열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서왕모와 사랑의 단꿈에 빠져 주목왕은 그만 고국에 돌아갈 일도 잊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주 나라로부터 급보가 날아왔다. 동쪽 변방에서 반란이 일어나 도성이 위급하다는 소식이었다. 주목왕은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단꿈에서 깨어났다. 주목왕과 서왕모는 마지막 잔치를 열었고 둘은 이별의 슬픈 노래를 주고받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였다. 서왕모와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급히 갈 길을 서둘러야 했던 주목왕, 그러나 그는 귀국의 여행길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을 겪게 된다.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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