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참외 꽃이 펴요. 숨 막히는 한여름이면 노란 열매를 맺겠죠. 하긴 온실재배 덕택에 요즘은 겨울에도 참외를 먹을 수 있어요. 그 속살, 참 맛있죠?
그런데 비닐 하우스로는 절대로 키울 수 없는 참외가 있어요. 정말정말 귀해서 시장에서 내다팔지도 않지요. 특히 요즘엔 이 참외 먹어본 친구들이 많지 않을걸요. 그게 뭐냐고요? 바로 개똥참외예요. 어떻게 기른 참외이기에 그리 귀한 몸이 됐는지 궁금하죠?
원래는 농부들만 아는 비밀인데, 살짝 일러줄게요. 개똥참외는요, 하늘이 씨앗을 내리고 땅이 길러서 비바람이 열매를 키운 참외예요. 농약 뿌려가며 곱게 기른 게 아니라, 길가나 들에 저절로 자라나 열린 참외지요.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날, 타박타박 논두렁을 밟아 오다 이 참외가 눈에 띄면 뭐라고 하는지 하세요?
〈와, 개똥참외다!〉 이게 이 책 제목이기도 하지요. 개똥참외의 비밀이 이 그림책에 담겨 있어요. 개구쟁이 철이가 꼴을 먹이러 소를 끌고 강가로 가요. 마침 참외밭을 지나가네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모른 체하겠어요? 서리한 참외를 맛있게 먹었어요.
늦여름 풀섶에서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열려요
개구쟁이 철이와
찾아볼까요 아이쿠, 그런데 이를 어쩌나. 서리한 벌을 받느라 그런지 배가 아파요. 거름을 만들려면 똥은 꼭 집에 가서 싸야 한다고 아빠가 늘 일렀지만, 별수 있나요. 똥구멍을 꽉 틀어막고 풀숲에 가서 바지를 내렸죠. 그런 철이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있던 황소도 참외밭 옆에 한무더기 똥을 쌌네요.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똥개 누렁이도 같이 볼일을 봤어요.
강에서 멱감고 한숨 늘어지게 자는데 소나기가 내려요. 철이의 똥과 황소의 똥과 누렁이의 똥은 땅으로 잘도 스며들어 기름진 거름이 되지요. 때마침 살살 불어온 바람에 실려 참외씨 하나가 떨어졌어요. 자, 두고 보세요. 밭에서 자란 참외들이 다 시장에 팔려가고 난 늦여름에, 여기서 개똥참외가 열릴 테니까요. 아무도 모르게,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자라나지요. 그 비밀을 철이 동생이 먼저 알아챘어요.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동생이 개똥참외를 먹어버린 거예요. “개똥참외는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야.” 화가 잔뜩 난 철이한테 냉큼 혀 내밀면서 말이죠. 철이는 내년 여름에 참외밭 옆에서 다시 한번 똥을 싸야겠네요. 하늘과 땅이 키운 개똥참외는 자연의 소중함을 담뿍 담은 열매예요. 저 혼자 자라는 개똥참외가 많은 땅이야말로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겠죠? 〈벼가 자란다〉 〈똥 똥 귀한 똥〉 등 재미난 그림책에 많은 그림을 그려온 지은이가 이번에 처음으로 글을 짓고 그림을 함께 그려 책으로 냈어요. 들여다보고 있으면요, 너도나도 바지 내리고 참외밭 옆에서 시원한 똥 한번 싸고 싶을걸요? 취학전, 김시영 글·그림. -문학동네어린이/98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열려요
개구쟁이 철이와
찾아볼까요 아이쿠, 그런데 이를 어쩌나. 서리한 벌을 받느라 그런지 배가 아파요. 거름을 만들려면 똥은 꼭 집에 가서 싸야 한다고 아빠가 늘 일렀지만, 별수 있나요. 똥구멍을 꽉 틀어막고 풀숲에 가서 바지를 내렸죠. 그런 철이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있던 황소도 참외밭 옆에 한무더기 똥을 쌌네요.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똥개 누렁이도 같이 볼일을 봤어요.
강에서 멱감고 한숨 늘어지게 자는데 소나기가 내려요. 철이의 똥과 황소의 똥과 누렁이의 똥은 땅으로 잘도 스며들어 기름진 거름이 되지요. 때마침 살살 불어온 바람에 실려 참외씨 하나가 떨어졌어요. 자, 두고 보세요. 밭에서 자란 참외들이 다 시장에 팔려가고 난 늦여름에, 여기서 개똥참외가 열릴 테니까요. 아무도 모르게,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자라나지요. 그 비밀을 철이 동생이 먼저 알아챘어요.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동생이 개똥참외를 먹어버린 거예요. “개똥참외는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야.” 화가 잔뜩 난 철이한테 냉큼 혀 내밀면서 말이죠. 철이는 내년 여름에 참외밭 옆에서 다시 한번 똥을 싸야겠네요. 하늘과 땅이 키운 개똥참외는 자연의 소중함을 담뿍 담은 열매예요. 저 혼자 자라는 개똥참외가 많은 땅이야말로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겠죠? 〈벼가 자란다〉 〈똥 똥 귀한 똥〉 등 재미난 그림책에 많은 그림을 그려온 지은이가 이번에 처음으로 글을 짓고 그림을 함께 그려 책으로 냈어요. 들여다보고 있으면요, 너도나도 바지 내리고 참외밭 옆에서 시원한 똥 한번 싸고 싶을걸요? 취학전, 김시영 글·그림. -문학동네어린이/98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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