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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

등록 2005-04-10 19:51수정 2005-04-10 19:51

고춘식의 학교이야기

4월 초에 3학년 교실에서 사회과 수업 연구가 있었다. ‘왜란의 극복’이라는 단원이어서 관심은 더욱 컸다. 네댓 명씩 모둠별로 발표하는 아이들은 열심히 준비한 내용들로 수업 시간을 채워 갔다.

독도 문제나 교과서 왜곡 문제를 생각하면서 들으니 역사가 바로 현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다시 실감했다. 임진왜란의 원인, 침략 과정, 이순신과 의병들의 항전 과정, 마침내 극복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마인드맵으로, 그림으로, 영상으로 임진왜란의 7년 과정을 재현하고 있었다. 백성을 버리고 밤중에 몰래 도망친 왕과 신하들을 향한 분노로 백성들이 경복궁에 불을 질러 활활 불타는 모습이 그림으로 전지 한 장을 채웠다. 특히 왜란 당시 1인당 세 개의 코를 할당받아 소금, 식초, 석회 등으로 썩지 않게 한 뒤 60여만 개를 일본으로 실어 갔다는 사실은 등골을 써늘하게 했다. 사진으로 보여 주는 귀무덤은 그 높이가 9m에 이른다는데 오는 9월에 이 곳에서 400주년 기념 행사를 한다고도 한다.

지금 독도 문제는 어떤가? 일본의 주장에 대해 ‘억지다’, ‘말도 안 된다’고 하다가 사태가 아주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소위 지도자급 인사들은 어느새 거리낌 하나 없이 국가원수에 대해서까지 망언을 해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은 우리의 뜻과 다르게 사태가 진전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잃을 것이 없는 싸움에 신이 나 있는 듯하고, 패전 60년이 지나자 다시 주먹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너무 오래 참은 것을 후회하는 듯도 하다. 더구나 철저하고도 잔혹한 가해를 수혜로까지 우기고 있으니 이건 참 정신 질환 수준이다.

이런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우리 속이 참 말이 아니게 됐다. ‘안보리’가 뭔가. ‘안전 보장 이사회’ 아닌가. 우리 지구의 안전 보장을 아직도 군국주의의 향수를 못 잊고, 오히려 그것을 자부심으로 역사에 기록하려는 나라에게 맡기자는 것이 미국의 뜻이고 유엔 사무총장의 뜻이라니 기가 막힐 일 아닌가. 아시아의 불행도 모자라 이제는 온 지구를 불행의 그림자 속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

어쩔 것인가? 내공을 기르고 쌓을 수밖에. 일본에게 이웃나라로서의 상식과 양식과 성숙을 바라는 것은 비겁한 자기 위안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일본의 약삭빠름은 우리가 빈틈을 보여 주지 않을 때는 그나마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것이다. 마구 갈라진 우리를 하나로 모으기만 해도 의연함은 살아난다. 일본의 만행과 비열함까지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할 수 있는 여유도 여기서 나올 것이다.

역사를 반복하는 것은 비극이고, 그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코미디라는 토인비의 말이 가슴에 차갑게 박힌다. 서울 한성여중 교장 soam88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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