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서 학생2명 불러 문제 통째로 보여줘

경기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이 30일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복원한 유출 시험문제 등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포외고 시험날 새벽 1시40분…
필기 60문항중 53개 유출…대학교수 등 학부모 2명 입건

김포외고 수험생 가운데 대학교수 자녀 등 2명이 시험 당일 새벽 유출된 입시 문제를 받아 미리 풀어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또 유출된 입시 문제는 지금까지 알려진 38문항보다 훨씬 많은 53문항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0일 시험 당일 새벽 곽아무개(41) 목동 종로엠학원장을 통해 입시 문제 53문항을 넘겨받아 자녀들에게 보여준 혐의(업무방해)로 학부모 임아무개(53·여)씨와 이아무개(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시가 치러진 지난달 30일 새벽 0시5분께 곽 원장의 연락을 받고 자녀들과 함께 학원으로 가 새벽 1시40분부터 두시간여 동안 학원 강의실에서 자녀들에게 문제를 보여주고 풀어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지방 국립대 교수이고, 이씨는 한 공중파 방송국 직원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의 자녀들은 김포외고 합격자에 포함됐으나, 이 학원 출신 합격생은 불합격시키도록 한 조처에 따라 이미 입학이 취소됐다.

또 경찰 조사 결과 김포외고 입시문제 80문항 가운데 영어듣기평가 20문항을 제외한 60문항 대부분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목동 종로엠학원 강사팀장 이아무개(36)씨의 지시로 강사들이 일관되게 38문항을 넘겨 받았다고 진술해왔지만, 곽 원장의 유에스비(이동형 저장장치)와 교복납품업자인 학부모의 컴퓨터를 복구해 분석한 결과 언어과목에서 유출된 문제가 7문항이 아니라 22문항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사팀장 이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입시 당일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13문항을 알려준 혐의로 강사 김아무개(42)씨를 추가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으로 입건된 학부모와 학원 강사는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교육부의 한 간부는 “시험 문제를 통째로 빼돌린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이 교사는 교장·교감과 함께 입시 업무 관리자”라며 “교사 개인이 아니라 기관인 학교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므로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어 ‘외고 입시요강을 설립 취지에 맞게 조정하고 학교들이 요강대로 전형하는지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특목고 지정 취소 요건·절차를 명시한 교육부령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혁 최현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