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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상한 해외연수

등록 2005-04-11 21:44수정 2005-04-11 21:44

서울 ㄱ 고등학교 교사·학부모 대만서 3박4일

방학중 교장·교감 등 8명
학부모회장단에 “꼭 같이 가야”

교장은 한 어머니와 내내 동반
그 때문에 학부모들과 말다툼

마지막날엔 교사가 협박
“여기 일 떠벌리면 자식 졸업못해”

교장을 비롯한 학교 간부 교사들과 어머니 학부모들이 함께 간 한 고등학교의 ‘이상한 외국 연수’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공립 ㄱ고등학교는 지난해 말부터 ‘교직원·학부모 교육공동체 외국교육문화 체험연수’란 이름으로 외국 연수를 추진했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함께 외국의 교육문화를 둘러보고 온다는 취지였다. 연수에 참가한 교직원은 교장·교감을 비롯해 학년부장, 교무부장 등 간부 교사 8명이었다.

하지만 연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학부모 모집 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교사들과 함께 3박4일 동안이나 외국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마침내 사람을 채우지 못한 학교 쪽은 학부모회 회장단에 “꼭 같이 가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한 학부모는 “친한 엄마들이 없어 못 가겠다”고 버텼다. “그럼 친한 친구를 데려오라”는 학교 쪽의 요구에 결국 친구인 다른 학교의 학부모까지 데리고 갔다.

이 연수에 참가한 학부모는 모두 6명이었다. 연수비는 여행경비 76만원과 회비 15만원으로, 모두 학부모 각자가 부담해야 했다.


1월16일부터 시작된 연수는 애초 동남아시아로 가기로 했으나 지진해일 피해 때문에 대만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그러나 연수는 명목뿐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관광으로 보냈다. 3박4일 동안 고등학교 한군데를 2시간 남짓 돌아본 것을 빼고는 온천이나 유명 사찰, 야시장 등을 관광했다.

연수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이 학교 교장이 “몸이 아프다”는 한 학생의 어머니와 3박4일 내내 간호를 한다며 붙어 지내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학부모를 교장이 책임지고 데리고 다니겠다고 강요하다시피 동참시킨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연수 마지막날 밤에는 이 일로 인해서 학부모들과 교장 사이에 말다툼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동석한 한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 교사는 “여기(대만)에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라” “이 자리에 있었던 일들을 떠벌리고 다니면 자식들 제대로 졸업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학부모들은 또 이 학교 교장이 이번 연수 전에도 종종 학부모들을 따로 불러내 술자리를 마련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어떤 학부모는 교장이 불러내 나갔다가 저녁 이후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 요구까지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내신이 중요해진 요즘 자녀들이 학교에 ‘볼모’로 잡혀 있는 상태에서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요구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었겠냐”며 “이런 교사들이 있는 곳에 우리 아이를 단 하루라도 더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기자에게는 “우리 아이가 피해를 볼지도 모르니 누가 제보를 했는지는 꼭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부탁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연수는 교직원들과 학부모, 두 교육공동체가 함께 친목도 도모하고 외국 교육문화도 체험하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라며 “다른 학교 학부모가 같이 간 것도 크게 보면 지역 교육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교장의 권위가 떨어지면 학교 일이 전혀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학부모를 따로 불러내서 소문 낼 일을 하겠냐”며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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