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커버스토리/
“차라리 자퇴하고 싶어요. 학교 등하교 하는 시간이랑 친구들이랑 떠드는 시간에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자퇴해서 검정고시 보고 수능 보고 싶어요. 내신 때문에 공부에 도움 안되는 수행평가 하는 것도 스트레스 받아요. 지금도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엄청 바쁜데 모든 과목 선생님들이 수행평가를 몰아서 내주셔요. 내신과 수능 둘 중 하나만 하면 좋겠어요.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요.” 자퇴를 고민하고 있는 ㅇ(17)양의 고백이다.
지난해 일반계 고교생 2623명 ‘자퇴’
학교를 그만두는 ‘자퇴생’들이 늘고 있다. 인문계 고교만 놓고 봐도 고교생들의 자퇴율이 날로 높아진다. 서울시 교육청의 ‘서울 일반계고 학업중단자 수’ 자료를 보면 자퇴생 수는 2005년에 2167명이었던 것이 지난해 2623명으로 21%나 늘었다. 2008년 새 입시제도 도입과 함께 ’내신 비중’을 높이겠다는 발표를 믿고, 학교 시험을 망친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선택하면서 자퇴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도 자퇴가 늘어나는 한 원인이다. 경기 군포의 한 고교생은 “자퇴는 낙오자들이 선택하는 길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길 가운데에서도 꽤 선호되고 있다”고 했다. 고교에 입학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른바 ‘고교 미진학자’다. 최근 고교에 진학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울산의 ㄱ(15)양은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3쪽을 단 한 번 배우지만 나 혼자서는 같은 시간에 세 번까지 볼 수 있다”며 “고교에 올라가 원치 않는 과목을 배우는 것도 싫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퇴를 선택하는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뿌리는 ‘입시’에 찌든 학교의 ‘부조리’에 있다. 자퇴생들은 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에 매달리면서 성적을 기준으로 다수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현실을 성토한다. 자퇴생 ㅇ(17)양은 “전교 1등부터 60등까지 우수반으로 배정했는데, 그 반은 외국인 수업을 한 시간 더 듣고 시험 때면 선생님들이 자습시간에도 들어가 힌트를 줬다. 학생회 임원 후보도 우수반에서만 받았다”고 했다. 서울의 자퇴생 ㄱ(18)양은 “시험이 끝난 뒤에 공부 잘하는 애들이 항의하면 심지어 정답을 복수로 인정해 주기도 했다”며 “아무리 입시가 중요하다고 해도 공부를 못하는 애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살핌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교육 주체로서 ‘배울 권리’를 깨우친 학생들은 이제 더이상 학교에 뿌리내린 ‘적서차별’을 참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입시에 찌든 학교 싫어” “내신 망쳐 검정고시로” “학교는 필수 아닌 선택” 아예 입학 거부하기도 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에 매달리면서도 ‘입시 경쟁력’은 사교육에 견줘 한참 뒤지는 현실도 학생들의 학교 이탈을 부추긴다. 경기 군포의 한 학생은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개의치 않고 무조건 진도만 나가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질문을 해도 무시한다”며 “거의 절반 이상이 한두과목을 빼놓고서는 수업 중에 자습을 하는데 차라리 자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학년 정원이 400명인데 40명이 벌써 자퇴를 했다”고 덧붙였다. 08학년도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내신이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면서 학교를 등지려는 아이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군포의 한 학생은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 요강을 보면 학교 선생님들 수업 듣지 않고도 인터넷 강의나 학원 강의를 통해 수능 잘 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내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학교가 대학 입시에 목을 매면서도 정작 ‘입시’를 위해 유용한 구실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학교 이탈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부를 한다는 학생들조차 학교 포기를 고민하게 만든다. 서울 목동의 고1 ㅂ(17)군은 "공부를 하려고 하면 친구들 눈치가 보여 공부를 할 수 없다. 모두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왕따시키려는 분위기라 부모님께 유학을 보내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럿의 주장처럼 ’내신 비중’을 높이면 아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고교 진학을 포기한 광주의 ㄱ(17)양은 “10시까지 무조건 야자하고 10시가 넘으면 기숙사 문을 잠가 버린다는 학교가 너무 무서웠다. 체벌이 심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신 성적 받으려고 새벽 2시까지 숙제하고 학교에 6시까지 등교하는 생활도 너무 싫었다”고 했다. 입시 경쟁만 몰두하는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미리 질려버린 것이다. “왜 학교에선 햇빛들을 죄다 가려놓곤 콩나무를 콩나물로 키우는가.” 지난해 고교를 자퇴한 ㅇ(17)군의 말이다. 그는 자퇴를 한 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제 아이들에게 학교는 ’필수’가 아닌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지에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학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학교 스스로 해봐야 할 때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또한 자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도 자퇴가 늘어나는 한 원인이다. 경기 군포의 한 고교생은 “자퇴는 낙오자들이 선택하는 길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길 가운데에서도 꽤 선호되고 있다”고 했다. 고교에 입학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른바 ‘고교 미진학자’다. 최근 고교에 진학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울산의 ㄱ(15)양은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3쪽을 단 한 번 배우지만 나 혼자서는 같은 시간에 세 번까지 볼 수 있다”며 “고교에 올라가 원치 않는 과목을 배우는 것도 싫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퇴를 선택하는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뿌리는 ‘입시’에 찌든 학교의 ‘부조리’에 있다. 자퇴생들은 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에 매달리면서 성적을 기준으로 다수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현실을 성토한다. 자퇴생 ㅇ(17)양은 “전교 1등부터 60등까지 우수반으로 배정했는데, 그 반은 외국인 수업을 한 시간 더 듣고 시험 때면 선생님들이 자습시간에도 들어가 힌트를 줬다. 학생회 임원 후보도 우수반에서만 받았다”고 했다. 서울의 자퇴생 ㄱ(18)양은 “시험이 끝난 뒤에 공부 잘하는 애들이 항의하면 심지어 정답을 복수로 인정해 주기도 했다”며 “아무리 입시가 중요하다고 해도 공부를 못하는 애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살핌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교육 주체로서 ‘배울 권리’를 깨우친 학생들은 이제 더이상 학교에 뿌리내린 ‘적서차별’을 참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입시에 찌든 학교 싫어” “내신 망쳐 검정고시로” “학교는 필수 아닌 선택” 아예 입학 거부하기도 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에 매달리면서도 ‘입시 경쟁력’은 사교육에 견줘 한참 뒤지는 현실도 학생들의 학교 이탈을 부추긴다. 경기 군포의 한 학생은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개의치 않고 무조건 진도만 나가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질문을 해도 무시한다”며 “거의 절반 이상이 한두과목을 빼놓고서는 수업 중에 자습을 하는데 차라리 자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학년 정원이 400명인데 40명이 벌써 자퇴를 했다”고 덧붙였다. 08학년도 대학의 모집요강에서 내신이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면서 학교를 등지려는 아이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군포의 한 학생은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 요강을 보면 학교 선생님들 수업 듣지 않고도 인터넷 강의나 학원 강의를 통해 수능 잘 보면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내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학교가 대학 입시에 목을 매면서도 정작 ‘입시’를 위해 유용한 구실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학교 이탈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부를 한다는 학생들조차 학교 포기를 고민하게 만든다. 서울 목동의 고1 ㅂ(17)군은 "공부를 하려고 하면 친구들 눈치가 보여 공부를 할 수 없다. 모두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왕따시키려는 분위기라 부모님께 유학을 보내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럿의 주장처럼 ’내신 비중’을 높이면 아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고교 진학을 포기한 광주의 ㄱ(17)양은 “10시까지 무조건 야자하고 10시가 넘으면 기숙사 문을 잠가 버린다는 학교가 너무 무서웠다. 체벌이 심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신 성적 받으려고 새벽 2시까지 숙제하고 학교에 6시까지 등교하는 생활도 너무 싫었다”고 했다. 입시 경쟁만 몰두하는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미리 질려버린 것이다. “왜 학교에선 햇빛들을 죄다 가려놓곤 콩나무를 콩나물로 키우는가.” 지난해 고교를 자퇴한 ㅇ(17)군의 말이다. 그는 자퇴를 한 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제 아이들에게 학교는 ’필수’가 아닌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지에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학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학교 스스로 해봐야 할 때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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