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의 교실 벽면이 습기로 칠이 벗겨져 있다. 파이프도 녹슬어 있고, 바닥도 늘 젖어 있다.(왼쪽) 충암중학교 학생들은 건물 중앙 통로에 전 이사장 사무실이 들어선 뒤로 건물 뒤 쪽문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700여명 공부하는 중학교 건물에 화장실 1곳뿐
“층마다 화장실이 없는 학교는 전국에 우리 학교뿐일 거예요.”(충암고 1학년 ㄱ군)
“교실엔 제대로 된 텔레비전도 없는데, 전 재단 이사장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충암고 ㄱ교사) 지난 11일 찾아간 서울 은평구 충암학원. 유치원, 초등학교(29학급 900여명), 중학교(남·여 36학급 1400여명), 고등학교(60학급 2100여명)에 4천여명이 다닌다. 이창호·박명환 등 바둑·야구 스타들이 충암고를 나왔다. 하지만 학교는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낡았다. 학교돈 횡령 이사장, 물러나서도 학교운영 좌지우지
창틀 떨어져 다치고 녹슨 파이프에 전선 얼기설기 ■ ‘위태로운 교실, 쾌적한 행정실’ 지난 10월, 건물 밖으로 나오던 고1 학생이 5층에서 떨어진 창틀에 머리를 맞았다. 30바늘쯤 꿰매고, 2주 남짓 입원했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자 창틀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사고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 있었다. 고교 교실 벽면과 천장은 습기로 칠이 벗겨져 있고, 녹슨 파이프엔 전선이 얽혀 있다. 전기 콘센트는 물론 철근이 노출된 곳도 있다. 구형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일부 교실에만 있다.
남자 중학생 700여명이 쓰는 건물에 화장실은 한 곳, 고1(700여명) 5층 건물엔 두 곳뿐이다. 고2·3(1400여명) 건물에 대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한 곳뿐이다. 이아무개(18·고3)군은 “집에서 볼일을 보고 등교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열악한 교실과는 달리, 직원 8~9명이 일하는 학교 행정실은 쾌적해 보였다. 냉·난방기가 돌아 훈훈했고, 벽면도 깔끔했다. 최근엔 집기도 새로 바꿨다. ■ 왜 이런 일이? 교사들은 “재단의 편법 운영과 학사 개입이 학교를 이 지경으로 몰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지위가 없는 전 이사장 이아무개(66)씨가 ‘전권’을 쥐고 흔든다. 이씨는 1999~2000년 학교 시설 공사비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큰딸(39)이 이사장이다. 하지만 아침 임원회의부터 학교 운영은 ‘명예 이사장’이라는 이씨가 주도한다. 이씨는 남자 중학교 건물 중앙 통로를 자신의 사무실로 쓰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건물 뒤 쪽문으로 드나든다. 그는 학교 직원 3명을 비서 등으로 두고 7천만원짜리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이씨는 “내 돈으로 샀다. 세금 덜 내고 운전기사를 지원받으려고 학교 이름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씨 친척이 운영하는 학교 매점은 4천명이 이용하고 상품 값도 일반 소매점과 같은데, 학교에는 연 300만원만 낸다. 1500명 규모 학교의 매점 임대료가 연 3천만~4천만원인 것과 대비된다. “매점 수익금을 나눠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 김아무개(43)씨는 “자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는지 뻔히 알면서 나서서 얘기를 못 했다”며 탄식했다. 한은석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은 “법적 지위가 없는 사람이 이사장 구실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교실 복도까지 CCTV, 학생 인권·사생활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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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학교라니?’…“감옥이야, 뛰쳐나갈거야”
“교실엔 제대로 된 텔레비전도 없는데, 전 재단 이사장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충암고 ㄱ교사) 지난 11일 찾아간 서울 은평구 충암학원. 유치원, 초등학교(29학급 900여명), 중학교(남·여 36학급 1400여명), 고등학교(60학급 2100여명)에 4천여명이 다닌다. 이창호·박명환 등 바둑·야구 스타들이 충암고를 나왔다. 하지만 학교는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낡았다. 학교돈 횡령 이사장, 물러나서도 학교운영 좌지우지
창틀 떨어져 다치고 녹슨 파이프에 전선 얼기설기 ■ ‘위태로운 교실, 쾌적한 행정실’ 지난 10월, 건물 밖으로 나오던 고1 학생이 5층에서 떨어진 창틀에 머리를 맞았다. 30바늘쯤 꿰매고, 2주 남짓 입원했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자 창틀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사고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 있었다. 고교 교실 벽면과 천장은 습기로 칠이 벗겨져 있고, 녹슨 파이프엔 전선이 얽혀 있다. 전기 콘센트는 물론 철근이 노출된 곳도 있다. 구형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일부 교실에만 있다.
남자 중학생 700여명이 쓰는 건물에 화장실은 한 곳, 고1(700여명) 5층 건물엔 두 곳뿐이다. 고2·3(1400여명) 건물에 대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한 곳뿐이다. 이아무개(18·고3)군은 “집에서 볼일을 보고 등교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열악한 교실과는 달리, 직원 8~9명이 일하는 학교 행정실은 쾌적해 보였다. 냉·난방기가 돌아 훈훈했고, 벽면도 깔끔했다. 최근엔 집기도 새로 바꿨다. ■ 왜 이런 일이? 교사들은 “재단의 편법 운영과 학사 개입이 학교를 이 지경으로 몰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지위가 없는 전 이사장 이아무개(66)씨가 ‘전권’을 쥐고 흔든다. 이씨는 1999~2000년 학교 시설 공사비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큰딸(39)이 이사장이다. 하지만 아침 임원회의부터 학교 운영은 ‘명예 이사장’이라는 이씨가 주도한다. 이씨는 남자 중학교 건물 중앙 통로를 자신의 사무실로 쓰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건물 뒤 쪽문으로 드나든다. 그는 학교 직원 3명을 비서 등으로 두고 7천만원짜리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이씨는 “내 돈으로 샀다. 세금 덜 내고 운전기사를 지원받으려고 학교 이름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씨 친척이 운영하는 학교 매점은 4천명이 이용하고 상품 값도 일반 소매점과 같은데, 학교에는 연 300만원만 낸다. 1500명 규모 학교의 매점 임대료가 연 3천만~4천만원인 것과 대비된다. “매점 수익금을 나눠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학부모 김아무개(43)씨는 “자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는지 뻔히 알면서 나서서 얘기를 못 했다”며 탄식했다. 한은석 서울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은 “법적 지위가 없는 사람이 이사장 구실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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