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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특목·자율고 확대따라 진학경쟁·사교육 심해질 듯

등록 2008-01-06 19:19수정 2008-01-06 23:28

중학교까지 ‘입시학원’ 될 판
학교별 평가공개 서열화로 ‘문제풀이 교실’ 부작용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고교 다양화’ 정책에 ‘중·고교별 성적 공개’ 공약을 강행할 경우, 초·중·고교들이 ‘입시학원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자율형 사립고(자율고)·특수목적고가 늘어나고 중·고교별로 학업성취 수준을 공개하면, 중·고교들이 성적으로 서열화되며 점수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6일 “20여년 전 획일화된 객관식 점수 경쟁으로 되돌아게 될 것”이라며 “이젠 문제집 풀이를 할 수밖에 없겠다”며 한숨지었다.

이 당선인은 ‘자율 운영과 창의 교육을 하는 사립고 100곳’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법인 전입금 부담을 낮추면 사립고들이 전환할 거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학교들이 ‘창의 교육’을 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찾기 어렵다. 자율고와 가장 닮은 자립형 사립고가, 비싼 학비와 많은 사교육비 부담에도 인기를 끄는 건 이른바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외고 등 특목고에 들어가려는 경쟁 열기도 특목고들이 ‘입시교육 기관’으로 변질된 탓이 크다. 이는 또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사건 같은 입시 부정 유혹을 키운다. 한 고교 교사는 “고교를 다양화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거라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

더욱이 인수위는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상세히 공개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수위는 지난 2일 ‘관련 법률 시행령을 수정해 입법예고하라’고 교육인적자원부를 다그쳤다. 교육부는 현재 ‘초·중학교는 지역 교육청별로, 고교는 시·도 교육청별로’ 공개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다. 학교별로 공개하는 데 대한 거센 비판 여론에다, 거주지 인근 중·고교 배정 제도에서 학교별로 성적을 비교하는 데는 결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하면, 점수 경쟁이 일면서 중학교까지 서열화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30여년 전 ‘고교 입시 경쟁’이 부활하고 ‘중졸 재수생’이 등장할 거라고 내다보는 이도 있다. 서울에서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하면, 경제 형편이 나은 지역 학교와 학업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는 3월 시행하겠다는 중학교 일제고사와, 이런 성적 공개 정책이 결합하면 교육 현장은 평가와 시험 준비로 입시학원화할 것”이라며 “고교 서열화와 고교 등급제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에 우호적이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마저 “학교간, 지역간 비교육적 경쟁과 서열화를 낳을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고교를 다양화하고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하면, 중학교 교실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당선인의 교육 공약은 ‘특목고가 늘면서 초·중학생 사교육 부담이 커졌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배치된다. 그의 “사교육 부담 절반” 약속과는 거꾸로 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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