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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손병두 대교협 차기 회장 “본고사 보는 대학 있을지도”

등록 2008-01-07 20:16수정 2008-01-07 22:36

“논술 가이드라인 불필요” 폐지 뜻 밝혀
학부모 “또 흔들면 어떻게 하나” 반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입 자율화’ 공약이 결국 대학 입시에 ‘본고사 부활’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입 업무를 넘기겠다고 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손병두 차기 회장(서강대 총장)은 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학에 따라 수능을 보는 데도, 내신을 반영하는 데도 있을 것”이라며 “본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본고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총장은 ‘본고사를 치러도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헤럴드경제>가 전했다.

손 총장은 이와 함께 <한겨레>에 “논술 가이드라인은 불필요하다”며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술 가이드라인은 2005년 5월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계획과 관련해 ‘논술의 본고사 변질’ 우려가 제기되자 같은 해 8월 교육부가 “단답형·선다형 문제, 영어 지문을 제시한 문제 등은 논술고사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논술고사 출제 기준’을 가리킨다. 교육단체들은 대학들이 ‘논술고사’란 이름으로 수학·영어·국어 중심의 지필고사인 본고사를 치러 뽑으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논술 출제 기준은 ‘대학 입학 3불(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정책’ 가운데 본고사를 제한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손 총장의 ‘본고사 허용’ 발언은, 이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운동 때 했던 약속과는 상충된다. 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대학 총장들은 본고사를 안 볼 거라고 한다”며 본고사 부활 우려를 반박했다. 그는 한 방송사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대학들이 굳이 본고사를 치른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땐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 총장은 또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점수제 회귀도 내비쳤다.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수능도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 등을 대학에 제공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입 업무를 넘겨받게 될 대교협이 이를 실행에 옮기면, 2008학년도 대입에 처음 시행된 ‘수능 성적 등급 표기제’는 1년 또는 2년 만에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에 학부모, 교사들은 크게 불안해하며 우려했다. ‘예비 고3 학생’ 학부모인 김아무개(46·여·경기 고양시)씨는 “자녀가 고교에 진학한 뒤 2년 내내 학교와 교육 당국은 내신에 신경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이렇게 입시제도를 크게 흔들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항의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논술 출제 기준을 없애면, 대학들은 고난도 수학 문제 풀이나 영어 지문 독해를 요구하는 문제를 낼 것”이라며 “이는 의제 설정 능력을 중시해야 할 논술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어려운 수학·영어 문제에 대비하려는 학생들을 사설 학원으로 내달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범 최현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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