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하윤(15·분당 정자중)양은 학습지로 환벽한 ‘현행학습’을 한다. ‘선행학습’이 아닌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민족사관고 진학을 꿈구는 그의 ‘무기’다.
문제 정답만 고르지 않고 틀린 보기까지 고쳐
어릴때 독서습관이 독해력 높여 ‘든든한 뒷심’
어릴때 독서습관이 독해력 높여 ‘든든한 뒷심’
15살 하윤이의 자기주도학습법 들여다보니
경기도 용인에 사는 고하윤(15)양은 얼마전 민족사관고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특목고를 가고자 하는 여느 학생들처럼 지금은 밤 11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고 새벽 3시까지 숙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하윤양의 학습 이력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특목고 입시생’들과는 다른 구석이 많다. 대개 특목고를 가려면 초등 5학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학원들은 말하고, 학부모들고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하윤양은 유치원 졸업장도 없고 초등학교 6년 내내 교과 관련 학원에는 다닌 적이 없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학원에서 길러지는 아이들과는 ‘뿌리’가 다른 것이다.
“하윤이가 역사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대해 알려줬어요. 그런 시험이 있다는 것만 말했는데, 인터넷 검색부터 원서접수까지 혼자 하더니 어느날 3급을 받아왔더라고요.” 어머니 이명연(40)씨의 말이다. 하윤양이 받은 3급은 고교에서 배우는 한국사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합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을 딴 것도 특목고 대비 학원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까지 ‘특강’을 통해 대비하는 또래들과 다른 대목이다.
그가 ‘감히’ 남들이 어려워 하는 민족사관고 진학의 목표를 세운 힘은 단 하나다.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을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힘이 길러진 것일까?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하나, 학습 전략=하윤양의 공부 도구는 간소하다. 매달 집으로 배달돼 오는 학습지와 시험 때 사는 기출 문제집이 전부다. 그러나 공부 방법은 간단치 않다. 한번 푼 문제집을 수차례 ‘재활용’한다. 한번 풀었던 문제집을 꼼꼼히 훑으면서 문제에 딸린 보기들을 수정한다. 가령 ‘~옳은 것을 고르시오’ 하는 문제는 맞는 보기 하나를 뺀 나머지 틀린 보기들을 바르게 고치는 식이다. 교과서를 보는 법도 남다르다.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데 흔히 쓰이는 형광펜을 쓰지 않는다. 자칫 표시되지 않은 주변의 중요 내용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빳빳한 교과서 표지 뒷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를 붙여 놓고 노트 대신 활용한다. “악필이라 제가 필기한 노트는 저도 보기 싫더라고요.” 하윤양은 이처럼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갖고 있다. <공부는 전략이다>를 쓴 송인섭 숙명여대 교수(교육심리학)는 “자료를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는 자기주도학습능력 검사의 ‘인지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둘, 자기 관리=하윤양은 학교에 다녀 오면 ‘스스로’ 그날 배운 모든 과목을 복습한다. 예습은 학습지 회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활용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예습과 복습을 걸러 본 적이 없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자기관리 능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런 학습습관은 자기주도학습능력의 ‘행동’영역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배우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배우는 것만큼 스스로 익히는 습관이 함께 이뤄져야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생겨난다. 어머니 이씨는 규칙적인 학습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매일매일의 학습 분량이 정해져 있는 전과목 학습지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은 생활습관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하윤양은 매달 문자메시지 200개를 넘겨 써 본 적이 없다. 청소년들이 흔히 쓰는 정액제가 아닌데도 스스로 발신 메시지 개수를 세가며 상한선을 지키는 것이다.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셋, 자신감=하윤양이 남다른 자신감을 갖고 있는 능력은 ‘독해력’이다. 최근 학원에서 치른 수학경진대회 모의시험에서 민족사관고 합격을 낙관할 수 있는 성적을 얻은 것도 독해력 덕분이라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수학경시대회의 ‘창의사고력’ 영역을 보니 문제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상당한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한 것 같았다”며 “하윤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독해력을 키워 준 것은 ‘독서 교육’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하윤양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번도 거르지 않고 책을 샀다. 집은 이미 ‘도서관’이다. 일찌감치 책읽는 재미에 빠진 하윤양은 유치원도 안갔다. 학원에 안 간 이유도 마음껏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자신감’이 중요하게 자리잡는다. 송 교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은 공부에 오랜 시간 끈기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신감 또는 자기효능감은 학업성취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고 했다. 부모는 TV보며 아이한텐 책봐라? 대전에 사는 백현주(15)양은 지난 2학기 성적 평균이 90점을 넘어섰다. 1학기 80점대 초반이던 점수가 10점이나 올랐다. 스터디플래너 ‘스카이멘토’ 사용 수기 공모에도 입상했다. 성적이 이처럼 오른 까닭이 무엇일가? “엄마는 학원에 가서 성적이 오르는 건 진짜 내 실력이 아니라며 학원에 안 보내주셨어요. 대신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어느 순간 엄마 모습을 닮게 되더라고요.”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길잡이가 있다. 바로 ‘엄마’다. <10살 전 꿀맛교육>을 낸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튜터 최연숙씨는 “청소년기에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 엄마들이 먼저 결심하고 두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우길 바라는 엄마들은 ‘관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최씨는 “누구도 혼자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울 수는 없다. 자녀를 제일 잘 아는 사람, 자녀와 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다”고 했다. 묘목을 심으면 뿌리가 내릴 때까지 버팀목을 세워 두는 것처럼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습관화되는 데는 엄마가 필요하다. 특히 자녀가 엄마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뭐든지 ‘솔선수범’하는 게 좋다.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텔레비전 리모콘을 드는 대신 책을 들어야 한다. 자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쓰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매일매일 신문이라도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다음은 엄마가 자녀를 신뢰해야 한다. 최씨는 “엄마들의 조급증이 늦된 아이들의 가능성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자녀의 진보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필요한 게 ‘칭찬’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나으면 넘치게 칭찬하라”고 최씨는 조언한다. 최씨는 자녀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했으면 예쁜 스티커를 붙여주고 매달마다 시상식을 열어 상장과 부상을 줬다. 아동기 자녀에게 썼던 방법이지만 청소년기 자녀에게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가 있다. 공식적인 칭찬은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자녀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다. 학원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학교 수업을 예습하고 복습하는 것으로 학교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만 일깨워 줘도 자녀들은 대단한 ‘성취감’을 느낀다. 성취감은 자기주도학습능력에 꼭 필요한 ‘영양제’와 같다. 최씨가 썼던 방법도 학교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데 좋다. 자녀가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첫날 새벽, 운동장을 한바퀴 돌며 ‘모든 것에 인연이 있는 것처럼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인연’이라고 말하면서 격려했다고 한다. “북풍과 해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경쟁한다는 동화를 보면 결국 해가 이깁니다. 자녀의 자기주도학습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책과 꾸중보다 끝없이 따뜻한 칭찬으로 일관해야 자녀는 비로소 자립의 첫발을 뗍니다.” 최씨의 말이다.
자기주도학습 이것이 궁금해요!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열망은 높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새 편견과 오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법 강연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대표적인 궁금증 두가지를 해결하면 불안과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
질문 : 자기주도학습이란 게 좋은 건 알겠는데, 특별한 아이들만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아이는 너무나 평범한데 할 수 있을까요?
답 : 자기주도학습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첫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 능력, 둘째 지식을 축적하는 능력, 셋째 공부기술, 넷째 공부습관, 다섯째 공부감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노력과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갖는 과정이 쉬운 건 아닙니다. 그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도 편차가 큽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이해 영역’과 ‘이해 수준’을 파악해야 합니다. 가양이 이해하는 내용을 나군은 모를 수 있습니다. 이해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군이 이해하는 데 20분이 걸리는 내용도 라양은 40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해 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우열을 가르려 하지 말고 내 자녀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십시오. 그러면 내 자녀에게 맞는 자기주도학습법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질문 : 대개 유아기나 아동기에 형성된 습관이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의 바탕을 이루는 것 같은데, 그럼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르는 데도 ‘적기’가 존재합니까? 그 시기를 놓치면 어려운 것 아닌가요?
답 : 자기주도학습능력을 아무 때나 기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적기’는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갖고 있어 정답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대개 초교 졸업 전까지를 생각합니다. 13세 이전은 언어 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도 하지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과거의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저항이 많습니다.
따라서 널리 내다보는 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학원으로 돌리면서 타율적인 습관을 형성하게 두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학원을 보내더라도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익히는 학습을 하도록 지도해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길어야 합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다음에는 예비중1과 예비고1, 예비고3을 노려 볼 수 있습니다. 학습 내용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습관까지 변화시켜 보십시오.
<도움말=김판수 호서대 대학원 교수/이병훈 에듀플렉스 감사/고봉익 티엠디교육그룹 대표이사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그가 ‘감히’ 남들이 어려워 하는 민족사관고 진학의 목표를 세운 힘은 단 하나다.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을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힘이 길러진 것일까?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하나, 학습 전략=하윤양의 공부 도구는 간소하다. 매달 집으로 배달돼 오는 학습지와 시험 때 사는 기출 문제집이 전부다. 그러나 공부 방법은 간단치 않다. 한번 푼 문제집을 수차례 ‘재활용’한다. 한번 풀었던 문제집을 꼼꼼히 훑으면서 문제에 딸린 보기들을 수정한다. 가령 ‘~옳은 것을 고르시오’ 하는 문제는 맞는 보기 하나를 뺀 나머지 틀린 보기들을 바르게 고치는 식이다. 교과서를 보는 법도 남다르다.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데 흔히 쓰이는 형광펜을 쓰지 않는다. 자칫 표시되지 않은 주변의 중요 내용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빳빳한 교과서 표지 뒷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를 붙여 놓고 노트 대신 활용한다. “악필이라 제가 필기한 노트는 저도 보기 싫더라고요.” 하윤양은 이처럼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갖고 있다. <공부는 전략이다>를 쓴 송인섭 숙명여대 교수(교육심리학)는 “자료를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는 자기주도학습능력 검사의 ‘인지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했다.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둘, 자기 관리=하윤양은 학교에 다녀 오면 ‘스스로’ 그날 배운 모든 과목을 복습한다. 예습은 학습지 회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활용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예습과 복습을 걸러 본 적이 없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자기관리 능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런 학습습관은 자기주도학습능력의 ‘행동’영역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배우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배우는 것만큼 스스로 익히는 습관이 함께 이뤄져야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생겨난다. 어머니 이씨는 규칙적인 학습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매일매일의 학습 분량이 정해져 있는 전과목 학습지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은 생활습관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하윤양은 매달 문자메시지 200개를 넘겨 써 본 적이 없다. 청소년들이 흔히 쓰는 정액제가 아닌데도 스스로 발신 메시지 개수를 세가며 상한선을 지키는 것이다. ■ 자기주도학습의 원칙 셋, 자신감=하윤양이 남다른 자신감을 갖고 있는 능력은 ‘독해력’이다. 최근 학원에서 치른 수학경진대회 모의시험에서 민족사관고 합격을 낙관할 수 있는 성적을 얻은 것도 독해력 덕분이라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수학경시대회의 ‘창의사고력’ 영역을 보니 문제 자체가 워낙 까다로워 상당한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한 것 같았다”며 “하윤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독해력을 키워 준 것은 ‘독서 교육’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하윤양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번도 거르지 않고 책을 샀다. 집은 이미 ‘도서관’이다. 일찌감치 책읽는 재미에 빠진 하윤양은 유치원도 안갔다. 학원에 안 간 이유도 마음껏 책을 읽고 싶어서였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자신감’이 중요하게 자리잡는다. 송 교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은 공부에 오랜 시간 끈기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신감 또는 자기효능감은 학업성취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고 했다. 부모는 TV보며 아이한텐 책봐라? 대전에 사는 백현주(15)양은 지난 2학기 성적 평균이 90점을 넘어섰다. 1학기 80점대 초반이던 점수가 10점이나 올랐다. 스터디플래너 ‘스카이멘토’ 사용 수기 공모에도 입상했다. 성적이 이처럼 오른 까닭이 무엇일가? “엄마는 학원에 가서 성적이 오르는 건 진짜 내 실력이 아니라며 학원에 안 보내주셨어요. 대신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어느 순간 엄마 모습을 닮게 되더라고요.”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길잡이가 있다. 바로 ‘엄마’다. <10살 전 꿀맛교육>을 낸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튜터 최연숙씨는 “청소년기에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단, 엄마들이 먼저 결심하고 두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우길 바라는 엄마들은 ‘관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최씨는 “누구도 혼자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울 수는 없다. 자녀를 제일 잘 아는 사람, 자녀와 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다”고 했다. 묘목을 심으면 뿌리가 내릴 때까지 버팀목을 세워 두는 것처럼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습관화되는 데는 엄마가 필요하다. 특히 자녀가 엄마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뭐든지 ‘솔선수범’하는 게 좋다.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텔레비전 리모콘을 드는 대신 책을 들어야 한다. 자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쓰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매일매일 신문이라도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다음은 엄마가 자녀를 신뢰해야 한다. 최씨는 “엄마들의 조급증이 늦된 아이들의 가능성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자녀의 진보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필요한 게 ‘칭찬’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나으면 넘치게 칭찬하라”고 최씨는 조언한다. 최씨는 자녀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했으면 예쁜 스티커를 붙여주고 매달마다 시상식을 열어 상장과 부상을 줬다. 아동기 자녀에게 썼던 방법이지만 청소년기 자녀에게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가 있다. 공식적인 칭찬은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자녀가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다. 학원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학교 수업을 예습하고 복습하는 것으로 학교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만 일깨워 줘도 자녀들은 대단한 ‘성취감’을 느낀다. 성취감은 자기주도학습능력에 꼭 필요한 ‘영양제’와 같다. 최씨가 썼던 방법도 학교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데 좋다. 자녀가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첫날 새벽, 운동장을 한바퀴 돌며 ‘모든 것에 인연이 있는 것처럼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인연’이라고 말하면서 격려했다고 한다. “북풍과 해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경쟁한다는 동화를 보면 결국 해가 이깁니다. 자녀의 자기주도학습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책과 꾸중보다 끝없이 따뜻한 칭찬으로 일관해야 자녀는 비로소 자립의 첫발을 뗍니다.” 최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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