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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러기아빠들 “인수위,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등록 2008-01-28 08:09수정 2008-01-28 14:27

“영어로 수업한다고 교육문제 나아지겠나…아이 유학 계속”

‘기러기아빠’ 김아무개(47·공무원·경기도 과천시)씨는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영어교육 강화로 이른바 ‘기러기아빠’, ‘펭귄아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27일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기러기아빠는 외국에 유학 보낸 자녀와 아내를 철새인 기러기처럼 한 해 한두 차례 만나고 오는 이를, 펭귄 아빠는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는 경제력이 달려 아예 만나지 못하는 이를 빗댄 말이다.

김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18)과 초등학교를 마친 딸(15)을 아내와 함께 지난 2005년 캐나다 토론토로 보냈다. 그는 “높은 등수·정답만 요구하는 수업 방식, 일류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학원을 서너 곳씩 다니던 큰아이가 지쳐갔다”며 “더 나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싶었지, 영어 교육은 유학 보낸 이유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 같은 ‘기러기아빠’들은 대개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자녀 조기유학을 접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달 전 가족을 미국에 보낸 ‘새내기 기러기아빠’ 김아무개(45·의사)씨는 “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한다고 해도 아이들(중1·초등6)의 유학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족이 떨어지게 돼 갈등이 컸지만, 아이들이 넓은 세계를 경험하며 자신의 꿈을 찾길 바라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5년 전 자녀를 오스트레일리아에 보낸 박아무개(50·대기업 임원)씨도 “학교 영어교육이 나아진다고 해도 지금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풀리겠느냐”며 “대학까지 현지에서 다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최아무개(47·사업)씨는 “영어교육 때문에 초등 4학년 때 뉴질랜드에 보낸 아이가 3년 전 귀국했지만, 지금도 적응하기를 힘들어한다”며 “다시 유학을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두휴 전남대 교수(교육)는 “기러기 가족 문제가 대체로 ‘입시 위주의 무한 경쟁’이라는 우리 교육의 독특한 특징에서 비롯한 만큼, 영어교육 강화에만 그치는 미시적 대책보다 학벌사회를 타파하려는 거시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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