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의 영어마을에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안산/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영어로 수업’ 일반고-특목고 양분화 가능성
이명박 차기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방안에 따라 2010년부터 고등학교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더라도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학교를 차별화하는 ‘고교 다양화 300 방안’ 등과 결합되면, 자칫 경제력 있는 계층의 학생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교육 전문가들은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전제조건으로 교사의 영어 구사력과 함께 △학생들의 비슷한 수업능력 △20명 가량의 작은 학급 규모 등을 꼽는다. 현재 일부 사립 초등학교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는 30명 안팎 학급이지만 학생들의 수업능력이 비슷해 원어민 교사 등 영어로 하는 수업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일반고에선 이 두 조건과 거리가 멀어 우리말로 하는 영어수업마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반응이다.
앞으로 자율형 사립고 100곳, 기숙형 공립고 150곳 등이 생겨나 상위권 학생들이 특정 학교로만 몰리면 이런 현상은 더욱 굳어질 공산이 크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고교의 영어교사는 “지금도 특목고 등으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가 중하위권 학생들만 있는 일반고에서는 수업 효과를 높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입 자율화로 대학들이 대학별 영어시험 등을 치겠다고 하면 경제력으로 사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부 계층 자녀들의 대입 통로는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 ㄷ고 영어교사 김아무개(36)씨는 “특수한 고교를 만들어 학교를 양분하면 일반고의 영어수업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여건이 좋은 소수 학교만 혜택을 누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학생을 상·중·하위권 등으로 나누는 수준별 수업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이 방식은 지금도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 학생을 작은 규모로 편성해야 해 현재보다 많은 교사가 필요하고, 수업은 나눠서 하면서 평가는 일원화돼 있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교사의 재교육 같은 대책은 검토한다면서도,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나 일반고 학생들의 수업 수준 제고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사진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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