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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맥 읽어야 단어 쓰임새 보인다

등록 2008-02-03 15:31수정 2008-02-03 16:18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 중등~고1]

1. 독해 과정과 어휘의 쓰임새

2. 비유어의 이해

※ 다음 밑줄 친 단어 가운데 뜻이 다른 것은?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찬 돌같이 딱딱한 엄동(嚴冬), 모든 풀, 온갖 나무가 모조리 눈을 굳이 감고 추위에 몸을 떨고 있을 즈음, 어떠한 자도 꽃을 찾을 리 없고 생동(生動)을 요구할 바 없을 이때에, 이 살을 저미는 듯한 한기를 한기로 여기지 않고 쉽사리 피는 매화, 이는 실로 한때를 앞서서 모든 ㉠신산(辛酸)을 ㉡신산으로 여기지 않는 선구자의 영혼에서 피어오르는 꽃이랄까? 그 꽃이 청초하고 가향(佳香)이 넘칠 뿐 아니라, 기품과 아취가 비할 곳 없는 것도 선구자적 성격과 상통하거니와, 그 인내와 그 패기와 그 ㉢신산에서 결과(結果)된 매실(梅實)은 선구자로서의 ㉣고충을 흠뻑 상징함이겠고, 말할 수 없이 ㉤신산한 맛을 극(極)하고 있는 것마저 선구자다워 재미있다.


-김진섭, <매화찬>

‘독해’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어떤 사람은 단순히 이해하는 데 머물며, 어떤 사람은 비판하거나 수용하는 자세로 읽는다. 이는 독해 능력의 수준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독해 능력을 기르려면 무엇보다 먼저 단어와 문장, 문단 차원의 읽기가 적절해야 한다. 단어 차원의 읽기에서는 단어의 지시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문맥에서 그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위 문제에서 ‘신산(辛酸)’의 지시적인 의미는 ‘맵고 신’이란 뜻이다. 맛을 나타내는 ‘신산’이 비유적으로 ‘힘들고 고생스러운 세상살이’를 뜻하는 말로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산스럽다’나 ‘신산하다’는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뜻이다. 김진섭의 <매화찬>에서는 한 문단 안에 맛을 뜻하는 ‘신산’과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뜻하는 ‘신산’이 함께 쓰였다. ㉠, ㉡, ㉢은 ㉣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삶’을 뜻하며, ㉤은 ‘맛’을 뜻한다. 따라서 이 문항의 답은 ㉤이다.

이처럼 같은 단어라도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는 한 문단 내부뿐만 아니라 글 전체에 걸쳐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의미가 상반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신화’는 ‘믿음직한 이야기’를 뜻할 때도 있지만, ‘허구적인 이야기’나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뜻할 때도 있다. 또 비교적 긴 글에서 다른 뜻으로 쓰인 같은 단어를 찾아보는 과정도 독해능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다음 작품에서 ‘진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찾아보자.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정한모, <가을에>

< ‘허재영의 국어능력 교실’ 답안 >

이 작품에서 ㉠은 ‘할머니의 말씀’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수함’을 뜻하지만, ㉡과 ㉢은 ‘순수함을 잃어버린 세계’를 뜻한다. 이처럼 시에서도 같은 단어가 다른 의미로 쓰일 경우가 매우 많다.

단국대 인재개발원 교수 hjy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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