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교육정책 대응’ 토론회
“특수목적고나 대학은 학생 선발 때 학교교육을 벗어난 별도의 영어 평가도구로 뽑아선 안 된다. 기업이나 정부도 채용·자격 시험에서 불필요하게 영어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생기는 ‘떡고물’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교육 강화 방안과 관련해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는 12일 영어 사교육 수요를 줄일 대안으로 이렇게 제안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이 꾸린 ‘이명박 교육정책 대응 공동행동’이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연 ‘새 정부 영어교육 정책의 해부와 대안 토론회’에서다.
이 교수는 “특목고, 대학 입시, 취직, 승진, 사회적 인정 등 모든 관문에서 영어는 걸림돌”이라며 “영어에 지나치게 두는 부가가치를 제약하지 않고는 사교육 수요를 제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학년별로 영어 등급제를 하고 일정 등급은 학교교육으로 만족시켜 줘야 한다”며 “특목고나 대학의 영어를 통한 선발방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완기 용산고 영어교사(전국영어교사모임 회장)는 “영어교육 정상화는 입시구조에서 영어를 빼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대신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의 도입에 찬성하지만, 이 제도 시행의 걸림돌은 바로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내건 자율형 사립고 증설, 대입 자율화”라고 지적했다. 곧 대학이나 자사고들이 국가 영어능력 평가시험 결과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진희 서울 영일초 교사는 “영어교육 황폐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입시교육과 학력·학벌 사이 임금 격차”라고 주장했다. 초등 6학년 영어전담교사를 했다는 조 교사는 △초등 5·6년 영어 포기아 증가 △소득·계층·지역간 ‘영어 격차’ 심화 등을 들며 “1997년 시작한 초등 영어교육 10년을 객관적·질적으로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천세영 인수위 자문위원(충남대 교수)은 “인수위 안은 초등 영어교육 시간을 확대하고, 수능 영어평가를 지필방식에서 실용영어 구사능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를 수용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얼개일 뿐이고, 평가와 실험을 병행하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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