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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시 대통령까지 나선 ‘뜨거운 감자’

등록 2005-04-17 15:54수정 2005-04-17 15:54

나혜영 교사의 시사 따라잡기

안락사 찬반 논란-기사원문

미국 연방대법원은 24일, 15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탱해 온 테리 시아보(41)의 급식 튜브를 다시 연결시켜 달라는 시아보의 부모 쉰들러 부부의 청원을 기각했다. 또 플로리다 연방법원은 시아보를 주정부가 보호하도록 해 달라는 젭 부시 주지사의 청원을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 18일 급식 튜브가 제거돼 서서히 생명이 꺼져 가고 있는 시아보의 회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은 “시아보에게 탈수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1~2주 안에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아보의 부모는 급식 튜브를 재연결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연방대법원의 기각으로 사실상 모든 법적 절차는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급식 튜브 제거를 주장해 온 남편 마이클의 변호인은 “시아보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을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시아보가 의식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안락사를 주장해 왔다.

시아보는 1990년 사고로 심장 박동이 잠깐 멈추면서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급식 튜브로 생명을 연장해 왔다. 그는 겉보기에는 웃음을 짓고 눈도 깜박이는 등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반사적 행동일 뿐 실제로는 두뇌 활동을 상실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의료진의 평가다. 그러나 시아보의 부모는 “딸의 의식이 돌아올 수 있다”며 안락사에 반대했다.


이 사건은 처음엔 안락사 논쟁으로 시작됐으나, 2003년 법원 결정으로 급식 튜브가 제거된 뒤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급히 새 법을 만들어 다시 튜브를 연결하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했다.

특히 지난 18일 다시 급식 튜브가 제거되자,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시아보의 생존을 위한 법을 급히 통과시키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1시간 만에 서명함으로써 이 문제는 미 전역에서 논란을 불렀다. 시아보가 있는 플로리다 병원 앞에선 그의 생존을 바라는 기독교계 등의 집회가 쉬지 않고 열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의회가 법원 결정을 뒤엎는 법을 만든 건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부시 형제의 정치적 개입을 비판하는 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한겨레> 2005년 3월26일치


살펴보기

테리 시아보는 1990년 사고로 심장 박동이 잠깐 멈추면서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15년 동안 급식 튜브로 삶을 지탱해 왔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03년 플로리다 주법원이 시아보의 급식 튜브를 제거하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테리의 법’을 제정해 튜브를 다시 끼우면서 이 문제는 미국 사회의 진보-보수 간 정치적 논쟁으로 번졌다. 그 뒤 지속된 7년 여의 재판 결과 시아보의 남편 마이클은 주대법원으로부터 ‘테리의 법’이 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고 지난 18일 급식 튜브가 제거됐다. 이를 두고 다시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안락사의 정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안락사의 의미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가 극단적 고통에 시달릴 때 독물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빨리 죽음을 맞도록 도와 주거나(자발적·적극적 안락사),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 장치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식물 인간과 뇌사로 판명된 사람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거함(소극적 안락사)으로써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을 말한다.

■ 안락사에 관한 각국의 입법 사례

● 미국: 40개 주가 환자 가족의 동의 등 엄격한 요건 아래 생명 보조 장치를 제거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나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는 주민투표를 거쳐 말기 환자가 의사에게 극약을 처방받아 스스로 복용해 자살할 수 있게 하는 존엄사(尊嚴死)법을 1997년 10월부터 시행해 1998년 한 해에만 15명의 말기 환자들이 합법적으로 고통을 마감했다. 하지만 1999년 10월27일 공화당 의원들이 미 연방 하원에서 극약을 자살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고통경감법’을 통과시켰다.

● 영국: 법률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듯한 판례를 찾아 볼 수 있는데, 3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자에게 영양 공급 장치를 제거해도 좋다는 판결 등이 그 예이다.

● 오스트레일리아: 1996년 안락사를 법제화했다가 6개월 만에 폐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8개 주 가운데 3개 주가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의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주들도 관습법상 이를 인정하고 있다.

● 프랑스: 뇌사상태라도 심장 박동이 완전히 멎지 않는 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동물도 안락사시킬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 독일: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형법에 규정하고, 고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처벌받는다.

● 일본: 1995년 요코하마 법원의 판례에 따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환자의 극심한 통증과 희박한 생존율, 본인의 의사가 있고, 다른 고통 제거 수단이 없을 경우에만 허용된다.

● 네덜란드: 2000년 11월 세계 최초로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가 이성적인 판단 아래 안락사에 동의하면 의사가 실행에 옮길 수 있어 적극적·자발적 안락사도 합법화하고 있다.

● 우리나라: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형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소생 가능성이 없는 식물 상태의 환자에 대해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에는 실제로 병원 등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고, 이를 실정법으로 처벌하는 경우도 드물다.

나혜영/예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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