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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꿈 속에 꿈 담은 고대소설 대표작

등록 2005-04-17 16:26수정 2005-04-17 16:26

 구운몽<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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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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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면서 시작하여 꿈에서 깨어나며 끝나는 소설. 꿈 속에서 또 꿈을 꾸고, 꿈에서 깨어나서도 다시 꿈을 꾼다.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의 웅숭깊은 사상적 배경과 빼어난 문학적 상상력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고대 소설의 형식은 <구운몽>에 이르러 비로소 그럴듯한 골격을 마련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문학사적 가치가 높다. 내용 측면에서도 <구운몽>은 종래의 기이함을 위주로 하는 ‘전기성(傳奇性)’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인생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몇 차례의 ‘속임’ 과정을 펼쳐 내면서 흥미를 돋우는 솜씨도 도드라진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육관 도사의 제자인 성진은 용왕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여덟 선녀와 만난다. 그는 불도를 수련하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세속의 부귀와 공명을 원하다가 순식간에 여덟 선녀와 함께 지옥으로 추방된다. 그 지옥은 바로 현실의 인간 세상. 성진은 양소유라는 인물로 환생해 여덟 선녀를 2처 6첩으로 거느리면서 부귀와 명예 등을 한껏 누린다. 그러나 자신의 생일날 가무를 즐기던 양소유는 문득 인생의 허무를 느끼고 불도를 닦아 영생을 구하고자 마음먹는다. 문득 잠에서 깨어 보니 육관 대사 앞에 와 있는 자신. 성진은 꿈을 깬 뒤 진리를 깨우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마침내 성진은 여덟 선녀와 함께 불도에 정진하여 영생을 누리고 극락에 간다.

<구운몽>은 천상계의 인물이 지상계에 유배당한 뒤 다시 천상계로 가는 모티프라는 점에서 ‘적강(謫降)’ 소설, 비범한 인물의 성공이라는 점에서 영웅 소설, 처첩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가정 소설의 영역에 두루두루 닿는다.

<구운몽>에는 불교의 윤회 사상과 대승 불교의 사상이 녹아 있다. 그런가 하면 유교의 입신양명 중시 태도, 도교의 선적인 요소가 두루 섞여 있다. 주인공인 성진이 불가의 제자라는 점과 궁극적으로 불가에 귀의한다는 점만 보아도 상대적으로 불교 중심적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현실은 유교적 차원에서 한껏 부귀공명을 누리고, 내세는 불교적 차원에서 영생을 꿈꾸는 삶, 곧 양소유와 성진의 삶을 두루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조 사대부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김만중은 진보적인 태도를 지녔으며 당시 금기시되던 불교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심지어 한문이 타국지언, 곧 다른 나라의 말에 불과하다며 우리 글자로 문장을 짓자고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구운몽> 또한 한글본과 한문본을 모두 펴냈다. 책 뒤쪽에 붙은 ‘가상 저자 인터뷰’는 <구운몽>을 깊고 알차게 읽는 데 요긴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니 꼼꼼하게 읽어 보자.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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