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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어 공용화’ 찬반 논리는

등록 2008-02-17 14:57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36) 영어 공용화를 실시해야 하는가?

관련 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논제> 다음 제시문에 나타난 ‘영어 공용화’에 대한 입장을 둘로 나눠 그 핵심 논지를 요약하고, 이를 참고해 ‘영어 공용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50자)

(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공교육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기간은 14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대학교 졸업생들은 미국인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영어 원서를 사전 하나만 갖고 우리나라 책 읽듯이 할 수 있는 대학 졸업자는 많지 않다.

한국은 천연 자원이 부족하여 자급자족이 힘든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과학과 기술이 급속히 변화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힘이고 권력이며 돈이다. 고급 정보들이 영어로 유통되고 있지만 각국 언어의 특수성으로 인해 통역과 번역은 한계가 있다. 언어는 생명이 있어서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고 구사 능력이 향상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하는 영어 교육은 들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영어 공용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영어 공용화론’은 영어가 사실상 국제어가 되어 있고 인류 전체의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는 전 국민이 효과적으로 영어를 습득하고 구사하기 위해서 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일상 생활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영어 공용화를 시행하게 되면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될 것이고, 높아진 영어 실력만큼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영어 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구사력이 갑자기 향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토플 성적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네델란드와 덴마크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 않다. 그들 나라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영어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 대부분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어 구사 능력의 수준 차이는 영어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지 공용어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영어 공용론자들은 영어를 잘하면 외교도 잘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주장하는데, 영어는 외교를 잘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 구사 능력보다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모든 국민을 영어 모국어 화자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이득이 많고 효율적이라고 본다.

국가가 나서서 어떤 특정 외국어를 공식화한다면,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뚜렷한 구별이 지어질 것이다. 이는 경제적·신분적 차별로 이어져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으로 국민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어 공용화가 곧장 국력 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권 나라에 대한 문화적 사대주의가 더욱 극심해 질 수 있다. 세계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식견을 가진 전문가를 널리 양성하고, 영어 교육 환경과 교육 방법의 개선을 통한 정책적 지원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수석(인천 동산고 교사), <한겨레> 2006년 11월12일치

(나) 국제어가 된 영어가 가까운 미래에 세계어가 되어 온 세계가 영어만을 쓰고 다른 민족어들은 모두 쇠멸하리라는 전망, 영어가 이미 누리는 큰 망 경제, 영어를 잘 쓰지 못해서 우리 시민들과 사회가 보는 엄청한 손해, 사람의 뇌에서 첫 언어를 배우는 부분과 차후 언어를 배우는 부분이 다르므로 국제어를 모국어로 갖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국제어를 모국어처럼 능숙하게 쓸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한 사람의 모국어는 그가 태어날 때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된다는 사정 따위 조건들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단 하나의 대책은 우리의 모국어인 조선어를 버리고 영어를 우리 말로 삼는 것이다. 다른 조치들은 아무리 그럴 듯해 보여도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결론이다.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모국어를 버리다니!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과 엄격한 논리는, 조선어를 쓰는 한, 우리는 국제어를 제대로 쓸 수 없고 그래서 큰 핸디캡을 안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런 핸디캡은 이미 무척 크고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유학 가서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 와도 성공한 것이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얘기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나 국내 명문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 우등생보다 해외에 유학 갔다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외국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고 영어는 곧잘 하게 된 학생이 귀국해서 오히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는 식의 일화들이 심심찮게 들린다는 사실은 그런 결론을 투박하지만 싱싱하게 떠받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선어를 단 하나의 공용어로 삼음으로써 우리가 조선어에 독점적 지위를 인위적으로 부여했다는 점이다. 비록 헌법엔 공용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헌법과 법률들이 모두 조선어로 쓰여졌고, 모든 하위 법규들은 조선어가 언어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도록 만들었다.

영어 공용은 이런 독점적 언어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즉, 의사소통에서 정부에 의해 강제된 표준인 조선어와 함께 국제적 표준인 영어가 통용되도록 해서, 소비자들인 시민들이 그 둘 가운데 나은 것을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들에게 허여된 선택의 폭을 늘리는 자유화 조치는 언제나 소비자들의 복지를 늘린다.

만일 영어 공용을 통해서 영어가 한국의 지배적 언어가 되면, 국제어인 영어가 누리는 망 경제로부터 한국 시민들도 큰 혜택을 입을 것이다. 언어 장벽이 한국에 끼쳐 온 손실을 생각하면, 이것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영어 공용은 정부가 시민들에게 영어를 쓰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조선어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어서, 시민들이 영어를 쓰고 자식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영어의 습득과 사용에 관한 결정들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자연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언어 시장의 자유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복거일,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89~91쪽

(다) 민족어의 다채로움은 인류의 자랑이다. 인류가 사는 터전인 지구의 자연계에 수많은 동식물이 있는 것 못지않게 큰 자랑이다. 그런데 동식물의 종이 멸종되는 것은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야단스럽게 떠들고 국제적인 운동을 벌여 막으려고 하면서, 수많은 민족어가 없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겨 문제로 삼지도 않는다. 문명의 다양성은 생태계의 다양성 못지않게 소중하다. 민족문화를 위협받지 않고 누려야 마땅한 인권은 함부로 짓밟으면서 생물의 종은 멸종 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인류가 애써 노동하고 생산하는 이유는 잘 살자는 데 있다.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나 물질적인 풍요를 향유하면 잘 산다고 할 것이 아니다. 삶의 질 향상이 더욱 긴요한 과제이다. 삶의 질 향상은 문화적인 만족을 통해 이룩해야 한다. 문화적인 만족은 문화가 단일화되는 데서 얻을 수 없다. 다양한 문화를 각기 자기 취향대로 선택하고 재창조해야 삶의 질이 향상된다. 각기 자기 언어로 된 문학을 즐기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기능주의나 실용주의 관점에서 사태 변화를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영어를 함께 사용해 경제활동의 능률을 극대화하면 삶이 풍요로워지리라고 생각하지만, 단일화나 균일화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요구와 정면에서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경제의 지속적 발전의 원동력인 창의적인 사고를 감퇴시킨다. 그것은 정보화 사회로 들어서는 기술 발달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변명하지 말자. 진실은 그 반대이다.

정보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재화인 인터넷 창조물은 기계적인 단일화나 균일화를 거부하는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다채롭게 개발해야 더욱 수준 높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점을 두고 나라 사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서 인류 전체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민족문화의 다양한 유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는 독점을 이룩해, 다양화를 거부하는 단일화를 수단으로 삼아 자기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쪽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로막으니 그대로 둘 수 없다.

언어의 단일화는 문화의 단일화를 초래한다. 인류가 이룩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버리는 결과에 이른다. 각기 자기 언어로 이룩한 구두 또는 기록의 창조물은 삶의 경험과 소망을 가장 알뜰하게 담은 소중한 창조물인데, 그 일부는 영어로 번역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쓰레기통에 넣으면 정신적인 빈곤이 심각해진다. 생물의 종이 대폭 멸종하는 것 같은 재난이 인류의 정신세계에서 벌어진다. 자연에서도 문화에서도 다양성은 생명이 보존되고 진화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다양성을 없애면 근친교배가 멸종을 초래하는 것과 같은 사태가 문화에서도 벌어진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유산을 상실한다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다.

-조동일(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 <새 국어생활 11>(국립국어연구원, 2001)

(라) 영어가 국제어인 지금, 영미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첩경은 영어를 통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선견지명과 국익차원에서 한국어를 제1공용어,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이미 1948년 10월 9일, 법률 제6호로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한자(중국의 簡體字가 아닌 한국 한자) 사용도 가능하다. 여기에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하면 된다. 필자가 말하는 영어는 꼭 정통 영국영어 또는 영문학적 영어가 아니라도 좋고 인터넷 시대에 세계인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영어면 된다.

공용어는 공용문서에 쓰는 언어이다. 우리는 한글(필요시 한자)로 표시된 한국어가 공용어였고 그 밖의 어떤 국제어도 써야 할 법적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제2공용어로 영어를 지정하면 공용문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써야 하므로 제2공용어를 배우고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국어 교육은 종전대로 하되 민족의 현대어 발전 차원에서 더욱 강화해야 하고 영어 교육은 그동안 해왔지만 주로 읽고 쓰는 수험 영어에서 대화하는 영어로 전환해야 한다. 공용어이므로 교육 대상을 종전의 중고등학생 뿐 아니라 유치원아, 초등학생 및 성인에로 확대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수업시간 편성도 다른 여러 과목 중의 하나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수업이 끝난 후에 English Immersion Class(가칭)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영어 속에만 보내도록 한다. 종래의 학교 영어 교육이 불만스럽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하루 24시간 중에서 영어시간에만 영어를 조금 읽고 쓰는 교육이었고 그 이외의 시간은 한국어 속에 생활하니까 영어가 발전이 안 되었다. 영어생활 시간을 대폭 확장하여 영어구사를 더 자유롭게 해야 한다.

교육이민도 영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과중한 부담으로 자녀 교육을 해봤자 국제어인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하니 교육이민이 증가한다. Immersion이란 ‘물에 흠뻑 빠지게 한다’는 뜻이다. 교실 분위기를 영어 일색으로 하고 그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영어 속에 생활하도록 한다. 영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법을 선생에게 강습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서 국내에서도 이민가는 효과를 얻도록 한다. 외국어 교육에서 Immersion Class를 운영하는 예는 외국(미국, 일본)에도 있고 우리 나라에도 그런 동향이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혹자는 제2공용어를 지정하면 제1공용어 교육이 위축된다고 염려한다. 처음 잠깐은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이중언어 교육을 하는 나라의 경우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캐나다, 싱가포르 등의 예를 보면 이중언어 교육이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보완 상장적(相長的)이다. 제2공용어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하루빨리 어문교육을 인터넷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제1공용어 교육만을 강화한다고 해도 국민 다수가 우리의 고전이나 전통문화를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렇게 고집하다가는 세계 속에서 낙오 국민이 될 것이므로 전통문화의 발전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국민을 교화하도록 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국익 차원에서 영어 제2공용어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우리의 후세가 세계화 시대에서 유리한 생활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어른들이 길을 터놓아야 한다.

-최상정(전 한국번역가협회 감사), 서울대 동문 칼럼(http://www.snua.or.kr/ver2/alumni/281/menu_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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