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대입 수시준비 어떻게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전국 201개 4년제 대학이 모집인원 38만9584명의 48.3%인 18만8213명을 1·2학기 수시 모집으로 선발한다. 지난해보다 1만3234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대도 수시 모집의 선발 인원 비율을 지난해 33%(1085명)에서 38%(1236명)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공대와 자연대의 수시 선발 비율을 55%(지역균형 25%, 특기자 30%)로 높였다.
이에 따라 내신과 논술, 면접, 특기를 주로 반영하고 재학생 위주로 뽑는 수시 전형에 대한 고3 재학생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재수생과 달리, 재학생은 1·2학기 수시 전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정시에도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 교사는 “재학생들은 수능 성적이 좋은 재수생들과의 경쟁을 피해 수시 전형을 공략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무턱대고 수시에 지원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적 수준이나 목표 학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1차 기준은 3월30일 치른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될 수 있다. 중앙교육 백승한 평가실장은 “3월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정시에 지원 가능한 대학과 전공을 찾은 다음, 내신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수시 모집 대학과 전공을 찾아 서로 비교해 대학과 전공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으면 정시에, 내신 성적이 좋으면 수시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 · 2학기 18만8213명 선발 합격땐 다음 수시 · 정시 불가 무작정 하향지원땐 낭패 볼수도
성적수준 ·목표학과 가늠부터 3월30일 모의수능이 1차 기준
중간 · 6월 모의고사 뒤 결정 산출 서비스 등 도우미 써봐요
수시 모집에선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생부와 면접·구술고사 등을 주요 전형 자료로 활용하므로 내신이 좋은 학생이 유리하다. 따라서 내신이 좋지 않다면 수능 시험일(11월23일)까지는 아직 7개월 남짓 남아 있는 만큼, 모의고사 점수와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여기에 논술, 전공 적성검사, 추천서 등의 대학별 추가 전형자료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희망 대학과 전공은 5곳 가량을 정해 두자.
수시 지원을 한다면 목표를 낮춰 잡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졸업 뒤 희망업종 등을 충분히 감안해 소신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메가스터디 유성룡 입시상담실장은 “입시를 빨리 끝내려고 무작정 수시에 하향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학생의 상당수가 재수생이나, (대학을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수시 모집에 합격하면 그 이후에 치러지는 수시나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점도 무작정 합격만을 목표로 지원 전략을 짜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사들이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스스로의 힘만으로 수시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복잡한 전형요소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내신 자동산출 서비스’나 ‘지원 가능 대학 서비스’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이들 서비스는 학생들의 희망 대학에 맞추어 내신 성적을 계산하고 모의 지원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게 도와 준다.
하지만 성급하게 수시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정광복 평가실장은 “수시 1학기 원서 접수까지 석 달 가량 남았으므로 희망 전공과 대학을 선별하고 중간고사와 6월1일 치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의 성적을 살펴 수시 1학기 지원 대학과 학과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서울 금천고 허호 교사는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 대학별 전형 준비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해도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 것은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시 1학기를 목표로 잡더라도 4월엔 중간고사를, 5월에는 평가원 모의고사를 대비하고 모의고사 이후에 수시 전형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