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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상ㆍ하위층 학생들 격차 심한데… 새정부 영어정책 대상 ‘모호’

등록 2008-02-24 16:32수정 2008-02-24 16:49

영어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새 정부의 영어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이 우선이다. 사진은 서점에서 영어소설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영어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새 정부의 영어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이 우선이다. 사진은 서점에서 영어소설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상위층은 공교육 만족해도 유학 ‘전략적 선택’
저소득층은 방과후 학교 등 ‘보육+교육’ 원해
커버스토리 /

‘직장맘’ 백아무개(36ㆍ서울 강동구)씨는 지난해 출장길에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를 찾았다. 중년의 부부가 자녀 둘을 데리고 교정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자녀가 스탠퍼드 입학을 앞두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저도 애가 능력이 되기만 하면 아낌없이 투자하고 싶더라고요.” 백씨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큰아이에게 월 30만원 정도의 영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수년 후에는 단기유학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어학 연수를 목적으로 단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라는 별칭이 있는 이산가족의 현실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한 배경이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6년 3월1일부터 지난해 2월28일까지 1년 동안 해외로 나간 초중고교생은 모두 2만9511명으로 2006년의 2만400명에 견줘 44.6%가 늘었다. 특히 초등생은 2005학년도 8148명에서 2006학년도 1만3814명으로 69.5%나 증가했다. 이 해에 귀국한 1만8632명 가운데 70.48%(1만2942명)는 2년 미만의 단기 유학을 다녀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유학 전문 어학원을 운영하는 강아무개씨는 “미국은 웬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지만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의 국제학교는 학부모들이 빚을 내는 등 무리를 해서 보낼 수 있다”며 “최근에는 동남아 등 저렴한 곳을 찾아 단기 유학을 보내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를 보면 2004년에 동남아로 떠난 출국자는 전체의 8.54%에 불과했지만 2006년 14.6%로 늘어났다.

새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이 유학까지 고려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엔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의 목표가 너무 소박해 보인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생활영어 하는 건 유치원과 초등학교 낮은 학년 때 사교육의 힘을 빌리면 어렵지 않다”며 “초등학교 때 단기 유학이라도 보내서 영어에 투자를 하는 것은 외국대학 진학까지 내다보며 토플 등의 고급 영어를 시키겠다는 거지 겨우 생활영어 하자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공교육과 상관없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 기꺼이 사교육비를 지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다.

소수에 그치는 ‘유학파’ 학부모들의 요구를 굳이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에서 수렴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들의 선택이 공교육의 질과는 무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정일준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전국 7대 도시 주민 1008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공교육에 만족하면서 조기유학에 긍정적인 응답자(45%)가 공교육에 불만족하면서 조기유학에 긍정적인 비율(37.1%)보다 높았다.

기러기 아빠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취지는 이미 크게 벌어진 영어 격차를 줄이겠다는 또다른 입장과도 배치된다. 인수위 정책 어디에도 해외 유학까지 바라보는 영어 사교육 상위층과 알파벳조차 쓰기 어려운 영어 사교육 하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이 없다.

서울 마장중 이소현 교사는 “수준별 수업을 시행해 본 결과 최소 다섯 그룹을 만들어야 학력 향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어 교육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학생들의 영어 격차를 고려한 세심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사는 새정부의 영어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정책의 대상이 명확지 않은 점을 꼽았다.

부산 혜광고 전창완 교사는 “저소득층 부모들은 공교육에 보육과 양육의 기능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정부가 영어 양극화 현상을 정책의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면 영어 교육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나 영어 도서관 등을 설치하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고 했다.

새정부 영어 전용 수업 추진 일정
새정부 영어 전용 수업 추진 일정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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