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궁동의 한 골목길에서 지난 21일 동네 아이들이 ‘사방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방치기·땅따먹기·얼음땡…
‘교사 골목대장’ 조원식씨
3년째 놀이공동체 만들어
‘골목 놀이’ 과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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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궁동의 한 오래된 연립주택 앞 골목길. ‘사방치기’ 놀이가 한창이다. 직사각형 안에 칸을 나눠 1부터 8까지 숫자를 적은 뒤 깨금발로 번호 순서에 따라 돌멩이를 차 옮기던 현진(9)이의 발재간에 동네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관중을 의식한 탓일까? 8번 칸으로 돌멩이를 옮기면서 금을 벗어난다. 지켜보던 11명 아이들의 탄성과 환호가 골목길을 울린다. 연립주택 2층 창문이 열리고 한 아주머니가 “아기가 잠들었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땅따먹기’로 종목을 바꾼다. 그 사이 아이들의 숫자는 17명으로 불어났다.
아이들을 이끄는 골목대장은 ‘38살짜리 개구장이’인 경기상고 영어교사 조원식씨다. 조씨는 한 때 서울 강남의 잘 나가는 입시학원 강사였지만, 2005년 학원을 그만두고 도심을 벗어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여섯살과 네살짜리 딸들을 보면서 ‘무조건 앞서가자는 욕심이 자식들을 망가뜨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나서다. 골목길과 흙밭 공터가 있는 이 동네로 와서도 두 딸이 텔레비전 앞을 벗어나지 않자, 결국 조씨는 딸들에게 ‘밖에서 노는 법’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퇴근 뒤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 어린 시절 놀이를 되새기면서 두 딸과 골목길을 누볐다. 골목길에 낯선 그림이 그려지자 호기심에 찬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한 해 뒤엔 어울리는 아이들이 30명을 훌쩍 넘었다.
“아이들은 뭔가 함께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거죠. 그래서 제가 골목대장이 된 거예요.”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조씨는 골목길 놀이문화를 통해 마을의 또래 공동체를 되살려 보기로 결심했다. 한국전래놀이협회에 가입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래놀이를 배워다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3년 만에 동네 아이들은 조씨 없이도 매일 골목길에서 뛰놀게 됐다. 조씨는 “집 앞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동생들에게 놀이를 물려주고, 또 걷기 시작한 아이들이 골목으로 나와 놀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일종의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퍼지면서 동네 전체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학원 갈 시간을 잊고 놀던 범진(11)·현진 형제를 데리러 온 할머니 오인숙(66)씨는 “처음에는 반상회에서 시끄럽다는 불만도 나왔지만, 함께 노는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몇십년 만에 실감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골목길에 내놓을 수 있는 동네가 우리 말고 또 있겠냐”고 말했다. 놀이를 연구하는 교사모임인 ‘가위, 바위, 보’에서도 활동 중인 조씨는 오는 5월 전통놀이를 쉽게 설명하는 책도 낼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분간은 이 동네 골목대장을 자임할 생각이다. 조씨는 “앞으로는 집에만 머무는 장애 어린이들을 불러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haha@hani.co.kr
3년째 놀이공동체 만들어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조씨는 골목길 놀이문화를 통해 마을의 또래 공동체를 되살려 보기로 결심했다. 한국전래놀이협회에 가입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래놀이를 배워다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3년 만에 동네 아이들은 조씨 없이도 매일 골목길에서 뛰놀게 됐다. 조씨는 “집 앞에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동생들에게 놀이를 물려주고, 또 걷기 시작한 아이들이 골목으로 나와 놀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일종의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퍼지면서 동네 전체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학원 갈 시간을 잊고 놀던 범진(11)·현진 형제를 데리러 온 할머니 오인숙(66)씨는 “처음에는 반상회에서 시끄럽다는 불만도 나왔지만, 함께 노는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몇십년 만에 실감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골목길에 내놓을 수 있는 동네가 우리 말고 또 있겠냐”고 말했다. 놀이를 연구하는 교사모임인 ‘가위, 바위, 보’에서도 활동 중인 조씨는 오는 5월 전통놀이를 쉽게 설명하는 책도 낼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분간은 이 동네 골목대장을 자임할 생각이다. 조씨는 “앞으로는 집에만 머무는 장애 어린이들을 불러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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