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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반환경적 도시에 친환경적 교육 싹틔우기

등록 2008-02-25 18:34

지난해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의 텃발 가꾸기 시범화 사업에 참여한 서울 중화3동어린이집 아이들이 배추 모종에 액체비료를 주고 있다. 중화3동어린이집 제공
지난해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의 텃발 가꾸기 시범화 사업에 참여한 서울 중화3동어린이집 아이들이 배추 모종에 액체비료를 주고 있다. 중화3동어린이집 제공
[교실 밖 교실] 180여곳 참여 유기농 급식 노력
어린이집 안 상자 텃밭 가꾸기 등
도시 속 생태교육 모델 찾기 부심
오래된 미래-생태유아교육 ③ 수도권 생태유아공동체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먹입시다.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고 우리 농촌을 살립시다.”

2002년 3월 설립된 생태유아공동체가 내건 구호다. 생태유아공동체는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재료 도·농직거래운동을 기반으로, 요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서 생태유아교육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데 산파 구실을 해왔다. 현재 부산을 비롯해 수도권·광주·대구·경북 등 5곳에 모임이 꾸려져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는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가입한 대부분의 어린이집·유치원이 ‘생태’와는 거리가 있는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 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 운동을 확산시키고 ‘반생태적인’ 콘크리트 숲에서도 실천 가능한 생태유아교육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생활협동조합법인인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에는 현재 180여곳의 어린이집·유치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2003년 3월 창립 당시 15곳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5년 새 12배나 증가한 셈이다. 조합원이 되면 생태유아공동체에서 직거래를 통해 구입한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직거래를 통해 중간 수익 등 거품을 뺐다고는 하지만 비용 문제는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유기농 급식을 하려면 아이 한 명당 월 1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소속 교육기관 중 중 급식 재료의 50% 이상을 유기농으로 공급하는 곳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양은희 상무이사는 “음식이 어린이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이는 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관내 구립 어린이집에 친환경 유기농 급식비를 추가 지원해 주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경우, 수도권 기초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집이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에서 급식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유기농 급식과 연계해 어린이집·유치원과 생산자와의 도·농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년 6월에는 교사와 아이들이 생태유아공동체에 친환경 쌀을 납품하는 생산자를 방문해 논에 오리와 우렁이를 넣어 주고, 10월에는 가을걷이 활동에도 참여한다. 이 밖에 딸기·포도·옥수수 따기, 감자·고구마 캐기 등 계절마다 다양한 수확체험이 진행된다.

‘삶 속의 교육’을 중시하는 생태유아교육을 실천하려면 교사의 삶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요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대부분은 20대의 젊은 교사들인데, 이들은 아이들만큼이나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고, 자연 속에서 놀 줄도 모른다. 생태유아공동체가 교사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생태유아공동체에 처음 가입하는 어린이집·유치원의 원장과 교사, 조리사들은 의무적으로 한 차례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생태유아공동체 어린이집·유치원에 새로 취업한 신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교육, 원장 대상의 초록리더십교육, 기존 교사들을 위한 교육과 연수도 1년 내내 이뤄진다. 지난해 6월에는 교육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생태문화의 확산을 위해 부설 연구소인 어린이생태문화세움터를 세웠다.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생태유아교육 자리매김을 위한 주제별 시범사업’은 도시형 생태유아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널리 확산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연수를 받은 뒤 각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실천하고, 다시 모여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텃밭 가꾸기와 요리활동에 각각 5곳씩의 교육기관이 참여해 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와 생태요리 전문가와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텃밭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도심인지라, 텃밭 가꾸기는 자투리 땅과 옥상, 스티로폼 상자, 화분 등을 이용해 이뤄졌다. 양 이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잘 조성된 텃밭에 가끔씩 나가 보는 것보다는 소박하지만 어린이집 안에 상자 텃밭을 두고 매일 물 주고 들여다보는 것이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요리활동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 백송어린이집 최미희 교사는 “평소 편식이 심했던 아이들이 생야채 요리와 콩국수 등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이들이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손수 다듬어 요리를 해먹는 과정에서 식생활 개선은 물론 노동의 가치와 수확의 기쁨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에는 텃밭 가꾸기를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의 특성화 사업으로 ‘승격’시켜 18곳에서 실시하기로 했으며, 시범사업도 생태요리 이외에 바깥놀이, 명상 및 몸짓놀이를 추가해 각각 7곳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도시·농촌 교류로 사계절 농사체험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회장이기도 한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2002년 3월 부산에서 처음 설립한 생태유아공동체는 지난해 말까지 다섯 지역으로 확산된 데 이어, 현재 대전에서도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전국 단위의 사업을 위해 생태유아공동체 전국협의회도 꾸려졌다. 생태유아공동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제주 생태보육협회와 전주 ‘얘들아 하늘밥 먹자!’도 지향과 활동 내용이 비슷하다. 두 단체는 실제 생태유아공동체 전국 모임에도 참가하는 등 교류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협의회가 꾸려지면서 전국 단위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미래세대와 함께 짓는 사계절 농사와 도농공동체운동’이다.

농림부 지원으로 이뤄지는 이 사업은 각 지역별로 생태유아공동체에 속한 어린이집·유치원의 교사와 어린이, 학부모들이 공동체에 친환경 쌀을 납품하는 생산자를 방문해 농사체험을 하는 도·농교류 프로그램이다. 모내기부터 추수 감사제까지 네댓 차례 같은 곳을 방문해 1년 농사 과정을 체험한다. 윤호창 전국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아이들이 손수 모를 심은 논에 오리와 우렁이를 넣어 주고 가을에는 다 자란 벼를 수확해 보는 등 사계절 농사체험을 통해 농촌과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고 농촌 어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세시풍속과 전통 놀이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생태유아공동체의 ‘맏형’격인 부산생태유아공동체는 2004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초·중·고교에도 친환경 배추와 무를 공급하고 있다. 처음에는 20여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25곳으로 늘었다. 한기석 사무국장은 “유아 단계에서 아무리 먹을거리 교육을 잘해도 학교에 들어가면 헛일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연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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