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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와 석’ 쓰임 그때그때 달라

등록 2008-03-23 16:02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 중2~고1]

지난 시간에, 수관형사 중에 ‘세’와 ‘네’는 때에 따라 ‘서’나 ‘석’으로, 또는 ‘너’나 ‘넉’으로 쓰기도 한다고 했었다. 오늘은 여기에 대해 살펴보자.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이 있다. ‘내 코가 석 자[尺]’라는 관용적 표현도 있다. ‘이름 석 자(字)’도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이렇게 ‘석’이 붙는 명사들은 수가 넷일 경우 ‘넉’이 된다. 그래서 ‘넉 잔’ ‘넉 대’ ‘넉 자’같이 쓴다. 이 밖에 ‘석/넉’을 붙이는 명사들은 이런 것들이다: ‘쌀 석/넉 되’ ‘보리 석/넉 섬’ ‘금 석/넉 냥’ ‘종이 석/넉 장’ ‘석/넉 달’ ‘차 석/넉 대’ ‘바둑돌 석/넉 점’ ‘(바둑에서)석/넉 집’…. 한편 ‘세/네’가 ‘서/너’로 쓰이는 경우는 ‘콩 서/너 말’ ‘금 서/너 돈’ ‘새끼 서/너 발’ ‘엽전 서/너 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석/넉’에 비하면 쓰임의 범위가 매우 좁다.

재미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 ‘석/넉’이 되고 어떤 경우에 ‘서/너’가 되느냐 하는 기준과 관련해 일정한 원칙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석/넉’이 붙는 명사들을 보면 첫소리가 ‘ㄴ’ ‘ㄷ’ ‘ㅅ’ ‘ㅈ’ 등으로 일정한 규칙이 없고, ‘서/너’의 경우도 ‘ㄷ’ ‘ㅁ’ ‘ㅂ’ ‘ㅍ’ 등으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더구나 같은 곡식이라도 ‘되’나 ‘섬’에는 ‘석/넉’이 붙고 ‘말’에는 ‘서/너’가 붙는다. 단위가 더 작아져서 ‘홉’이 되면 다른 명사들처럼 ‘세/네’를 붙인다. ‘서/너/석/넉’의 이런 용법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옛날부터 공물 상납이나 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으로 분류했을 법한 생필품들의 수량을 재는 단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런 물건들을 다루던 특수 계층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소수 언어가 점차 널리 퍼져나갔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렇게 전통적으로 ‘서/너’나 ‘석/넉’을 써 오던 자리에 최근 들어 ‘세’ ‘네’가 급속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나이 든 세대들이 ‘석 달이나 남았다’ 하던 것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세 달이나 남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필자가 전철칸에서 본 어느 공익광고에서도 ‘카드결제 영수증 세 장, 나머지 한 장은 어디로 가나요?’ 하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까닭은 쉽게 짐작이 간다. 앞서 얘기했듯이 ‘서/너’나 ‘석/넉’을 쓰는 명사들 사이에 일정한 법칙이 없어서, 그 용법을 익히려면 무조건 반복해서 입에 붙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니까 요즘 세대들로서는 그렇게 복잡한 것까지 신경 쓰느니 어떤 명사든 ‘세’나 ‘네’를 붙이면 골치 아플 일이 없을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느 쪽을 쓰든 뜻을 전달하는 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만 전통적인 용법에 따라 ‘서/너/석/넉’을 쓰면 조금은 점잔을 빼는 느낌이 있고, 그냥 ‘세/네’를 쓰면 말이나 글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그때그때 적절히 골라 쓰면 될 일이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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