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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공공성 해치지 않는 객관성 확보를

등록 2008-04-06 16:36수정 2008-04-06 16:45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을 개발하고 있지만 결국 컴퓨터 프로그램에 성적을 입력해 결과를 산출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생 선발의 방법을 바꿔야 창의적인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도입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을 개발하고 있지만 결국 컴퓨터 프로그램에 성적을 입력해 결과를 산출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생 선발의 방법을 바꿔야 창의적인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도입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커버스토리 /
입학사정관제 넘어야 할 과제들

자의성과 주관성은 구별해야
내신평가 방식도 변화 목소리

‘입학사정관제는 양날의 칼?!’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점수를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입시제도가 진화하는 것은 반길 일이나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돼 학생 선발의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처음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학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문제 제기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학교들의 첫 보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 선정된 10곳 가운데 절반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30명 이하를 선발한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부정입학’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입학사정관제는 실패한 제도로 퇴장할 것이다”며 “불합격과 합격의 당락이 갈렸을 때 누구나 결과를 수긍하도록 주관적인 평가에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경희대는 4명의 입학사정관을 빼고 10명 안팎의 비상임 입학사정관을 교내 교수 가운데 따로 임명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서류심사는 입학사정관, 비상임 입학사정관, 전형관리위원회 등 모두 세 단계를 거친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한 조처다. 대안학교 전형을 하는 인하대는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일 대안학교 교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사회적 신뢰를 얻는 데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자칫 도입 취지를 거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연구실장은 “과거에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비슷한 ‘참인간전형’을 하면서 객관성 문제 때문에 추천서부터 자기소개서까지 일일이 점수를 매겼는데 얼마 못 가 전형을 없앴다”며 “모든 것을 점수화하면 정성평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고 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하려면 ‘평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데 입학사정관들은 의견을 모았다. 김수연 실장은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그럼 수능 성적으로 특정 대학에 못 가는 게 공정한가, 단 한번의 수능 시험이 수험생의 능력을 모조리 대표하는가를 되묻고 싶다”며 “수능 시험에서는 우연히 실수를 했어도 고교 생활 3년 동안 쌓아 온 나의 내공을 제대로 평가해 주는 게 입학사정관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원래 학생 선발에는 주관성이 개입돼야 한다”며 “공정성을 결여한 자의성과 평가자의 교육관이 담긴 주관성을 혼동하면 안된다”고 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미국 사립학교들은 ‘리거시 트랙’(legacy track)이라고 해서 동문의 자녀나 재단이사의 형제 등을 뽑는 게 관행이 돼 있지만 만일 우리나라 대학이 그렇게 한다면 사회가 발칵 뒤집어질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가 미국에서 본딴 제도지만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다른 만큼 주관성과 객관성을 조율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고교의 내신평가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객관식 일제고사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학생의 실력이 향상되는 과정을 관찰해서 기록하는 식으로 바뀌는 게 우선이라는 말이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2004년 입시제도 개선안이 나왔을 때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취지는 고교 교육의 내실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초ㆍ중^고교의 교사가 기록한 내용을 대학이 학생 선발의 근거로 삼을 때 필요한 게 입학사정관이다”라고 했다.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초ㆍ중ㆍ고 교육의 질적 전환이 함께이뤄지지 않는 입학사정관제는 크게 확대될 수 없을 것”이라며 “초중고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서울대등 10곳서 502명 뽑기로
학교마다 다른 기준 잘 살펴야

■ 입학사정관제 전형 살펴보면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지난해 대교협이 선정한 10곳(표 참조)이다. 시행 첫해 선발되는 인원은 2009학년도 전체 모집정원(37만8477명)의 0.13% 남짓한 502명이다. 그 밖에 대교협의 추가 선정에 대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기왕의 특별활동 우수자전형을 이원화해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은 재능을 평가하는 특수재능 우수자전형을 새로 만들고 앞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할 생각이다”고 했다. 고려대, 동국대, 숙명여대 등은 이미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을 포함한 2009학년도 전형계획안을 냈다. 대교협은 지난 1월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 예산을 지난해 18억9000만원에서 올해 128억원으로 늘리고 20곳을 추가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우선 10곳 가운데 대부분의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면서 새로운 전형을 따로 만들었다. 가톨릭대의 잠재능력 우수자전형, 경북대의 이웃사랑전형, 경희대의 네오르네상스전형, 중앙대의 다빈치형인재전형 등이다. 대교협 지원사업에 신청할 때 이시지엘(Ethical Creative Global Leadership)전형이었던 가톨릭대의 잠재능력 우수자전형을 보면 대학이 잠재력을 평가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할지 알 수 있다. 경희대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취지를 살려 입학지원서를 5월부터 받는다.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은 지난해 21세기다빈치전형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서울대는 농어촌학생전형과 특수교육대상자전형 등 원래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실시하던 것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운영하며 올해 정책적으로 도입되는 기회균등선발전형에도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건국대와 성균관대는 기왕의 리더십전형이 특화된 형태다.

성격에 따라서도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점이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는 교육기회균등전형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학생들을 뽑는다. 경북대는 기회균등선발과 비슷한 이웃사랑전형으로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소년소녀 가장 청소년, 아동복지시설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전형을 실시한다.

반면 경희대의 네오르네상스전형이나 중앙대의 다빈치형인재전형 등은 학교의 ‘대표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로 취미나 특기, 수상경력, 봉사활동 등의 비교과 영역은 물론이고 외국어 능력과 학업성적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 (※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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