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지침 예상밖…법령 개정 없이 덜컥 발표하니…”
학교마다 처지 달라 지침마련 어려움…오늘 대책 논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우열반 편성·0교시 수업 등에 대한 교과부 차원의 빗장을 푸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각 시·도 교육청이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 16곳의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들은 17일 회의를 열어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의 방침에 맞춰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16일 “폐지된 29가지 지침 중에는 0교시 허용에 따른 등교시간 등 교육청 차원의 지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특히 학교 자율에 맡기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라든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라든가 하는 ‘절차’를 규정하는 지침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8일까지 어떤 부분은 학교 자율로 정하고 어떤 부분은 제한할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등 다른 시·도 교육청들도 별도의 조직을 꾸려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청들은 당혹감과 함께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과부가 너무 성급하게 발표해 오히려 혼란만 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3단계 자율화 방안을 언급했을 때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큰 폭으로 지침이 폐지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자율화라는 흐름엔 동의하지만 시·도 교육청 차원의 대책이랄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한 관계자도 “법령 개정도 없이 달랑 자율화 계획만 발표하니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한테 당장 입장을 밝히라고 하면 뭘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도 안에서도 단위 학교별로 상황이 달라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농촌 학교는 차라리 일찍 등교시켜 달라는 것이 학부모들의 요구지만 교육여건이 좋은 곳은 되레 야간 자율학습·0교시에 부정적인 곳도 있다”며 “또 자율에 맡긴다며 한 달에 한 번씩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는 게 과연 교육적인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도 “방과후 학교 학원강사 수업 역시 농촌지역 특성상 인력이 충분치 않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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