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에 모여 진로비전 강의를 듣고,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관한 영상 자료를 보는 성사고 학생들. 성사고 제공
고양 성사고, 전교생 대상 프로그램 실시
마음 못잡던 학생들 목표가 생기자 ‘열공’
마음 못잡던 학생들 목표가 생기자 ‘열공’
진로교육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 강남의 고교나 특목고 학생들 가운데에는 비싼 종합진로검사를 받는 이들이 있지만, 소외지역 학생들은 그 흔한 성격유형검사가 뭔지도 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한다.
올해로 개교 3년째를 맞는 경기 고양의 성사고는 이렇게 기본적인 진로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들이 꽤 많은 곳이다.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많은 편인 탓이다. 이 학교 김현숙 교감은 “형편이 어려워 서울이나 신도시에서 밀려난 가정의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력 수준도 낮고, 학생들의 자존감이나 목표 의식도 낮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올해 초부터 전교생 대상 진로교육 프로그램(프리미엄 진로비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이 학교에 온 차종석 교장이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학생들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중요한 건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학교는 왜 오는지, 목표는 무엇인지부터 찾게 해주는 것이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성사고의 진로교육은 학교에 나오는 토요일마다 전학생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교사들은 진로가 왜 중요한지부터 알려주기 위해 아예 3월부터 5월까지 토요일 창의적재량시간을 진로교육 일정으로 꾸렸다. 교과과정을 학교 차원에서 먼저 만들어본 다음 강연과 검사 등은 진로교육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진로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접하는 오리엔테이션과 성격유형검사(MBTI), 학과계열검사 등을 받았다. 앞으로 이 검사들을 해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비전맵을 완성하는 시간이 남아 있다. 단발성으로 적성검사를 실시하거나 교사 차원에서 수업과 연계해 진로교육을 하는 일은 간간이 있지만 학교 전체가 이렇게 긴 기간 체계적으로 진로교육을 받은 것은 드문 일이다. 차 교장은 “보통의 단편적 검사가 형식적인 건강검진에 그치는 것 같아 이렇게 프로그램화된 진로교육을 구상했다”며 “일종의 종합검진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진로교육은 물론 각종 검사 자체를 처음 받아봤다는 2학년 이슬비양은 예고 진학에 좌절한 뒤 마음을 못 잡다가 이번 기회에 새롭게 진로를 찾고, 육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추천 직업군에 군인, 경찰이 있어 순간 놀랐어요. 처음엔 이게 뭔가 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저희 집안에 군인, 경찰이 대대손손 많은 거 있죠. 또 저한테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면이 있었던 것도 눈여겨보게 됐죠.”
친구들의 변화에 놀라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한다. 2학년 이화정양은 “평소 필기도 안 하고 야자도 잘 빼먹던 반 친구가 유치원 교사를 목표로 세우고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걸 보고 놀라고 있다”고 했다. 진로교육은 학기 초 서먹한 분위기 전환에도 도움을 줬다. 교육기획부장 강현주(국어담당)교사는 “검사 결과를 놓고 꿈에 대해 얘기하는 등 목표를 나누면서 금세 친해지고 의욕도 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오는 5월까지 공식적인 진로교육 관련 일정을 끝낸 다음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을 토대로 학생 프로파일을 만들 예정이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교사들은 이렇게 모인 학생의 프로파일을 토대로 진로 상담을 하게 된다. 강 교사는 “40여명 되는 학생들을 상담할 때 말수가 적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들은 대충 넘어가기 쉬운데 이렇게 객관적인 자료가 있으면 내실 있는 진로지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학생들은 요즘 5월3일에 하게 될 각종 검사와 관련한 해석 강연을 기다리고 있다. 또 5월15일에는 학부모가 직업에 대해 강연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맞벌이 부부 등을 배려해 밤 10시까지 열었던 학부모 진로설명회 때도 호응이 높았다. 김 교감은 “학부모들 가운데 일터에 나가 늦게 들어오는 맞벌이들이 많은데, 늦게라도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며 “상대적으로 넉넉한 학생들은 진로교육도 사교육처럼 잘 받고 있지만 먹고살기 바쁜 부모들은 관심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가 어떻게라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장은 “막상 학교 차원에서 진로교육을 해보니 이 문제는 단순히 예산으로 해결되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며 “학교 결정권자를 중심으로 학교 전체 차원에서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학’이 아니라 ‘진로’를 찾아주려고 열정을 쏟는 교사들을 외면하는 학교장들이 새겨들을 이야기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학생들은 요즘 5월3일에 하게 될 각종 검사와 관련한 해석 강연을 기다리고 있다. 또 5월15일에는 학부모가 직업에 대해 강연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맞벌이 부부 등을 배려해 밤 10시까지 열었던 학부모 진로설명회 때도 호응이 높았다. 김 교감은 “학부모들 가운데 일터에 나가 늦게 들어오는 맞벌이들이 많은데, 늦게라도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며 “상대적으로 넉넉한 학생들은 진로교육도 사교육처럼 잘 받고 있지만 먹고살기 바쁜 부모들은 관심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가 어떻게라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장은 “막상 학교 차원에서 진로교육을 해보니 이 문제는 단순히 예산으로 해결되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며 “학교 결정권자를 중심으로 학교 전체 차원에서 진로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학’이 아니라 ‘진로’를 찾아주려고 열정을 쏟는 교사들을 외면하는 학교장들이 새겨들을 이야기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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