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결정 뒤집기 힘들고 검수능력 부족 ‘한계’도
커버스토리 /
“학교 급식은 엄마들이 노력하는 만큼 좋아집니다.”
자녀가 입학한 고교의 학부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은정(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급식 검수와 검식에 나섰다. 중국산을 들여오던 농산물을 국산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고 생산업체가 뚜렷하지 않은 인스턴트 햄을 농협이 만드는 것으로 바꿔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위탁업체의 사장이나 영양사가 학부모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교감선생님 등 학교도 지원해줘서 한달 남짓한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며 “학교 급식은 엄마들이 개입하고 노력하는 만큼 달라진다”고 했다. 김씨는 자녀가 다니던 중학교가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데도 힘을 보탠 경험이 있다.
지금껏 부실한 학교 급식을 지켜온 파수꾼은 ‘엄마’들이었다. 이빈파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대표는 초교생이던 아들 학교의 급식 실태를 바로잡다가 전국 규모 급식운동 단체의 대표까지 맡게 됐다. 자녀가 다녔던 초교와 중학교, 최근에는 고교까지 모두 직영급식으로 바꾸는 데 세운 공이 크다. 그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요식적으로 참여하던 학부모들이 학교 급식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변했다”며 “의무교육인 초교에서도 급식비만큼은 학부모가 부담하는데 그게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학교 급식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학부모가 75.4%를 내고 정부는 21.8%만 지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급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학부모의 발목을 잡는 일이 많다. 특히 학교운영위원을 하면서 학교장의 결정이나 방침에 반기를 드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3년 전 서울의 한 외고 학부모들이 급식형태를 바꾸려고 시도하다 학교장의 강경한 태도에 부닥쳐 좌절한 적이 있다. 이 학교는 지금 도시락 급식을 한다.
식재료의 검수나 검식에 참여하더라도 엄마들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빈파 대표는 “대개 엄마들이 하는 검수나 검식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는 게 전부”라며 “두부를 척 보면 중국산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위촉받아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교체 검수’를 했던 양금자씨는 “많은 학부모들이 급식 모니터를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게 다반사인데 매일 매일 하지 않으면 급식 담당자들이 그날만 피해갈 수 있다”며 “급식 모니터는 매일하되 급식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학교급식 지원센터’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급식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직영으로 전환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조길연 남강고 교사는 “직영으로 바꿀 경우 식재료 선정·구매·조리 등 학교가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은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2006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에는 ‘학교급식 지원센터’ 설치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지자체의 선택에 맡겨놨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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