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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준별 이동수업은 ‘위장 우열반’

등록 2008-04-23 21:36수정 2008-04-24 09:49

일선학교, 생활은 반에서 공부는 우수생끼리
석차로 뽑은 뒤 전 과목 가르쳐…‘편법’ 운영
교육청 ‘수준별 수업확대’ 계획부작용 불보듯
“영어반이요? 그 반 애들은 영어만 이동수업을 받는게 아니라 전 과목을 따로 공부해요. 야자(야간 자율학습) 때 시설 좋은 특별실을 이용하는 것도 거의 그 반 애들이고요. 저 같이 서울권 대학 못 갈 애들과는 딴 세상 얘기죠.”

서울 ㅇ여고 김아무개(16)양은 “영어반 애들이 4월 모의고사에서도 전교 1등~40등까지 거의 싹쓸이 했다”며 “지원자를 모았다고 하지만 실제론 성적 나쁜 애들은 안 받아주는 ‘우수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들이 ‘학교 자율화’ 이후에도 우열반 편성보다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상당수의 사립고교들이 수준별 수업을 빌미 삼아 사실상 우열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준별 수업이란 학생들의 실력 차에 따라 각 과목별로 이동수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과목별이 아닌 총점으로 반을 나누어 전과목 수업을 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

서울 ㅇ고등학교는 올해부터 각 학년 10개 반을 2:7:1의 비율로 나눠 상·중·하반으로 운영하는 ‘우열반’을 만들었다. 원래 학급(원반)은 성적순이 아닌 무작위로 꾸리되 아침조회만 끝나면 각자 수준별 반(분반)으로 흩어져 내내 수업을 받은 뒤, 다시 원래 반으로 모여 종례를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력평가·모의고사·내신 총점을 기준으로 반을 나누고 분기별로 성적에 따라 재편성 한다”며 “야간 자율학습 때도 심화과정을 운영하는데 상위권 반은 전부 참여, 중간반은 선택제, 하위반은 그냥 자습을 시킨다”고 밝혔다.

서울 ㄷ여고 역시 1~3학년 모두 35명씩 3개의 우수 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도 수업은 분반에서, 일상생활은 원반에서 하는 ‘이원화 체제’로 운영된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주요 5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이들이 수업시간마다 이동하는 것에 혼잡해 하고 관리가 힘들어 포기했다”며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는 아이들에겐 스트레스를 주고 실속이 떨어져 결국 우열반 편성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 ㄱ고등학교는 국영수 총점을 기준으로 3개의 우수반을 편성해 보충수업 명목으로 따로 수업을 한다. 이 학교 한 교사는 “광주 지역은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대구 ㅎ고등학교는 학기 초에 영어·수학 두 과목 시험을 치뤄 총점을 기준으로 1~40등까지 뽑아 따로 심화과정이라 불리는 ‘보충수업’을 한다. 이 학교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이 형태가 바로 ‘우열반 전 단계’ 아니냐”며 “자율화 이후 정규수업도 우열반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의 강경표 사립위원장은 “영어·수학만 수준별 이동수업을 허용하는 지금도 상황이 이런데, 확대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각 시도교육청은 우열반은 없다고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편법·꼼수 운영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선희 김소연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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