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학원 하나라도 더 보내려고 하는 요즘 엄마들의 마음에 어린이날이 다가온다고 해서 장난감 생각이 떠오를까 싶다. ‘시간도 없는데 장난감 선물은 무슨’ 하는 게 요즘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부모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장난감은 아주 어릴 때만 갖고 노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장난감을 오래 갖고 놀 경우 혹시 아이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염려한다. 그러나 장난감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이들의 옆을 지켜야 한다. 몇몇 장난감은 꾸준히 아이의 친구가 되는데 아이의 발달 수준이 달라지면서 갖고 노는 방식이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어른들의 눈에는 같은 장난감이지만 아이는 커가면서 좀더 복잡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둔 방식으로 장난감을 다룬다. 이러한 변형과 성숙의 과정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장난감이 좋은 장난감일까? 바로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고, 아이의 취향에 맞는 장난감이다. 아이가 초등학생만 되면 게임기나 핸드폰이 선물 목록에 오른다. 혹시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모형자동차, 로봇이나 바비인형, 보드게임, 블록완구는 아직도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장난감을 고를 때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폭력적인 장난감, 너무 복잡한 장난감은 권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장난감은 결국 즐거움보다는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장난감을 아이가 갖고 놀기 시작하면 분명 부모들은 ‘좀 조용히 해라’, ‘그러다가 큰 일 난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기 쉽다.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지는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한 부분만 빠지더라도 전전긍긍하면서 아이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 헤매느라 부모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장난감은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사주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충분히 갖고 놀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아이들의 장난감 가짓수는 현재 즐겨 갖고 노는 장난감을 기준으로 대여섯 가지 정도가 적당하다.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 부모가 아니다. 장난감을 줬다고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장난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장난감을 사주고 함께 놀아줄 부모다. 값싼 것이라도 함께 즐겁게 노는 부모가 비싼 장난감 뒤에 숨어 아이를 관찰하기에 급급한 부모보다는 훨씬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와 같이하려는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는 그 마음속에서 자신을 열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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