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관계에 독이 될 수 있다. 이기적인 자녀를 변화시키자면 부모가 먼저 잘못된 교육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부모들 ‘죄인’되지 맙시다] 부모능력 자녀에게 공개하고
넉넉지 않아도 당당한 아이로 ‘만족하면서 사는 모습’ 큰 교육
넉넉지 않아도 당당한 아이로 ‘만족하면서 사는 모습’ 큰 교육
“아빠는 왜 의사가 안 됐어?” 자녀에게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가 있다면 부모에게는 ‘자친부’(자녀 친구의 부모)가 있다. 부모가 자녀를 비교하는 것처럼 자녀들도 부모를 비교한다는 말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수능 상위 1%에 들기를 바라고 자녀들은 부모가 부자 상위 1%에 들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런 비교 속에서 부모는 항상 ‘죄인’이다. 그런데 그게 올바른 자녀 교육법일까?
■ 잘해주는 것보다 못해주는 길을 고민하라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는 “부모는 자녀한테 잘해줘야 편하고 못해주면 불편한 사람들”이라며 “자기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무턱대고 잘해주고 마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작정 ‘희생한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생하지 않는 것보다 희생하는 것이 마음 편한 부모들이 스스로를 위해 ‘희생’하면서도 자녀를 위한 것이라 착각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부모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녀한테서 대가나 보상을 바라게 되고 결국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왜곡된다”며 “부모가 자기 삶에 만족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고 했다.
■ 우리 집의 형편을 떳떳하게 밝히라
대개의 부모는 자녀한테 ‘돈’ 얘기 하는 것을 꺼리지만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과 한계를 자녀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좋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윤정 강사는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부유한 가정을 보고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자랑을 듣는 아이들에게는 상대적 빈곤감이 일상화됐다”며 “가정에서라도 ‘분수껏’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왜 의사가 안 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쉬쉬’하면서 경제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떳떳이 공개하지 못하게 되면 외려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것은 곧 부끄러운 것’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기 쉽다. 남 교수는 “가난해도 당당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면서도 주눅 든 아이가 있다”며 “늘 돈에 쫓기는 부모의 모습을 자녀가 그대로 닮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 자녀를 ‘인격체’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라
부모에게 자녀는 늘 어린아이와 같다. 자녀의 의견이나 주장을 간단히 무시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윤정 강사는 “엄마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중학교 3학년짜리 애가 있고요’라며 운을 떼는 일이 많은데 ‘짜리’라는 말은 자녀를 과소평가하는 부모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며 “7살은 7살대로 16살은 16살대로 부모를 이해해 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했다.
자녀와 사소한 시비가 붙었을 때 먼저 부모가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며 끝까지 자녀를 이기려고만 드는 것은 좋지 않다. “너 짜증났구나.” “너 나한테 많이 서운하니?” 등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 자녀는 마음이 풀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자녀와 사소한 시비가 붙었을 때 먼저 부모가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며 끝까지 자녀를 이기려고만 드는 것은 좋지 않다. “너 짜증났구나.” “너 나한테 많이 서운하니?” 등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 자녀는 마음이 풀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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