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우리독서논술클럽에서 아이들이 이야기의 결말을 다양하게 바꿔 본 뒤 이를 발표하고 있다.
"심술궃고 못된 동생 흥부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익숙치 않아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에게는 기성 작가들이 펴낸 ‘패러디 동화’를 읽어 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옛날에 노란 모자 소녀가 살고 있었다’로 시작해 ‘그러니 돈을 주워 껌을 사거라’로 끝나는 <빨간 모자라니까요!>(문학과지성사)를 보면 할아버지가 들려 주는 ‘엉터리’ 이야기에 절로 웃음이 난다. 비버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기 기러기가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기러기>(마루벌)는 원작 <미운 오리 새끼>의 ‘차이=차별’이라는 설정을 경쾌하게 넘어선다. 동화 줄거리 바꿔보고 주인공 성격도 다르게
이야기 꾸미는 과정서 창의력·표현력 좋아져 <백설공주는 정말 행복했을까>(아이세움)는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에게 얹혀사는 동안 정말 마음이 편했을지, 일곱 난쟁이는 집을 떠난 백설공주를 그리워하기나 했을지 등의 도발적인 질문으로 ‘공주병 신화’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시공주니어)는 제아무리 왕자, 공주라도 살다 보면 여느 부부나 다름없는 갈등과 위기를 겪는다고 주장한다.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보림)의 늑대는 결코 아기 돼지를 잡아먹으려는 의도가 없었으나 기자들이 사건을 선정적으로 왜곡보도했다며 항변하고, <장화를 쓴 공주님>(느림보)에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손녀딸이 등장해 개성적인 패션을 선보인다. 오리 공장에서 일하는 악어와 갓 태어난 오리 사이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담은 <오리 탈출 소동>은 현대인의 소외 문제를 다룬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 호크>를 패러디한 만큼 다양한 해석과 긴 여운을 남긴다. <미술관에 간 윌리>(웅진닷컴)처럼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책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흔히 패러디 작품은 원작을 감상한 뒤 읽어야 숨겨진 재미와 풍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린이책 전문가인 마루벌출판사 이명희 이사는 “패러디 동화를 먼저 읽고 나서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아이들이 이야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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