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장이 잘못하면, 학교 전체가 괴롭다.’ 최근에 일부 ‘미꾸라지’ 같은 교장들이 나타나 학교 현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이런 교장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교장 임명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추문·뇌물·성적조작·독단…잇따라
‘한명’ 잘못으로 학교전체가 엉망
자질논란 “교장임명제 뜯어고쳐야 해결” 서울 공립 ㅎ중은 요즘 학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학교급식 문제 때문이다. 위탁업체에 맡겨온 급식이 부실하게 운영되자 학부모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영으로 바꾸자고 나섰다. 여기에 학교운영위원들도 동참했다. 그러나 교장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한 교사는 “교장을 제외한 모든 학교운영위원이 직영을 요구하고 있다”며 “교장이 직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가 번복해 학교가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달 말까지는 직영급식으로 바꿀 것을 약속해 달라고 교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교장이 “싫다”고 하면 그만인 상황이라 학부모들의 마음은 다급하다. 학부모들은 직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교장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공립 ㄱ고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교장이 학교를 파행운영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교장과 학부모 사이의 추문이 나돈데다 최근에는 어머니 학부모들과 함께 간 ‘이상한’ 외국연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학교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ㄱ고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와 교사 모두 교장 이야기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아이들은 공부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이 문제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교환하거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이 뇌물을 받거나 학생들의 성적 조작까지 지시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일도 적지 않다. 서울 공립 ㅎ여고의 전 교장인 ㄱ씨는 재직 때 학교운위원장과 함께 학교 매점·급식업자와 사무용품 업체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말 기소됐다. 업체 선정은 공개입찰로 해야 하지만 이 학교는 모두 교장이 독단으로 ‘수의계약’을 했다. 서울 사립 ㅁ고는 교장이 성적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전 교장인 ㄱ씨는 한 학부모로부터 금품 등을 받고 이 학교 교무부장과 수학교사 등에게 직접 성적 조작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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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일부 교장들의 파행적 학교운영을 견제할 장치는 거의 없는 상태다. 교장이 학교운영과 관련해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장의 임무를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교직원 관리, 교육재정·교육과정 관리 등 학교 전반적인 운영권이 모두 교장에게 귀속돼 있다. 때문에 문제 있는 교장이 부임하면 학교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의 교장임명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교장은 경력, 근무성적, 연수성적 등으로 점수를 매겨 교장 자격증을 얻은 사람 중에서 임명된다. 그러나 교장 자격증을 얻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보다 평가점수를 잘 받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어 교육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단체들은 평교사도 지원이 가능한 ‘교장공모제’와 교사·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선출하는 ‘교장선출보직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공모제를 과도기적으로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자질과 능력이 공개적으로 검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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