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뜻 보기에 복잡한 문제가 뜻밖에 쉽게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다. 발상의 전환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을 없애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휴대전화의 안테나를 고성능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안테나 자체를 없앤 휴대전화를 개발한 것이 좋은 예다.
대상을 뒤집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조각 맞추기를 할 때 조각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조각 그림판 자체를 거꾸로 보는 것도 좋다. 한 수학 교수가 낸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보자.
문제가로 20㎝, 세로 30㎝, 높이가 60㎝인 사각기둥 모양의 수조에 물을 5/6 채운 뒤 가로의 한 모서리를 축으로 하여 기울였더니 3ℓ의 물이 밖으로 쏟아졌다. 이때 사각기둥의 빈 부분의 높이는 몇 ㎝일까?
간단한 계산 방식이 동원되는 문제다. 우선 6ℓ를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30×20×10). 기울였을 때 밖으로 넘친 양이 3ℓ이므로 빈 부분의 전체 양은 9ℓ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계산했어도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울인 상태에서의 계산은 복잡하다. 그러니 수조가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자. 이 경우 9ℓ를 채우는 수조의 높이는 15㎝가 된다. 그런데 수조를 옆으로 기울였을 때 높이는 2배가 되어야 하므로 결론은 30㎝이다.
이 문제를 보이는 대로 계산하려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직각 삼각형을 떠올린다. 직각 삼각형의 한 면은 30㎝다. 그러나 나머지 두 면의 길이를 알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끝까지 고심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때로는 이미 알고 있거나 친숙한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www.crem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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