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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밤새 시험공부 했지만…

등록 2005-04-24 20:02수정 2005-04-24 20:02

밤새 시험공부 했지만
난 자신이 없다, 슬프다

지금 성적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부모들이 아이 성적표를 받아 들고 아무리 보아도 아이에 대해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열 가지나 되는 과목을 가르치며 평가 관련 문장을 쓰려다 보니 과목마다 한두 문장밖에 글을 쓰지 못한다. 그 짧은 문장에 아이의 상태나 변화 과정을 담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점수를 성적표에 실어서 눈에 분명히 보이도록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얕은 생각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 수를 줄이고 학급당 아이들 수를 줄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충실한 기록을 담는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 성적표에 점수를 등장시키는 것은 초등 교육을 거꾸로 가게 만드는 일이다.

시험시간

아침에 학교에 오니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나는 어제 12시까지 공부했어.”

“나는 새벽 1시까지 했어.”


“나는 시험 잘 보면 게임기 사준댔어.”

친구들은 저마다 자랑한다.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친구들은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에게 특별한 시험시간이다.

(박종성/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시험을 앞두고 하는 공부가 어떤 공부인가? 되풀이해서 외우고 계산하는 공부들이다. 이런 공부를 밤이 깊도록 한다. 그리고 부모님하고 저마다 약속을 한다. 시험을 잘 보면 게임기, 인라인 스케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점수를 놓고 부모와 아이들이 보여 주는 모습도 그렇지만,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고 점수와 평균을 내는 일은 배우는 즐거움을 앗아 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시험을 보다가

시험을 보다가

남은 문제가 몇 개나 되는지 보았다.

한숨이 나온다.

풀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풀어야겠지.

문제를 다 풀고나니

힘이 빠져 엎드렸다.

점수가 잘 나올까?

나는 자신이 없다.

슬프다.

(김경우/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시험

시험 결과가 나왔다.

빨간색연필로 동그라미, 작대기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나는 동그라미보다

작대기가 더 많다.

잘못 채점한 문제가 있는지

네모난 시험지를

이쪽저쪽 보았다.

잘못 재점한 문제가

하나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다.

집에 가면 쫓겨나게 생겼다.

(고현민/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이렇게 본 시험이 아이들을 배우는 즐거움으로 이끌어 줄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경쟁에 시달릴 뿐 아니라 그 어떤 공부보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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